사업은 약속의 연속이다. 개인 사업자는 자신과 고객 사이의 약속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갈라진다.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약속에 의해 회사가 운영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사업의 경우는 더더욱 약속이 중요하다. 만나서 제안하고 협의하며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 사업가 입장에서 보면 중국 사업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 중국에 가서 중국인과 연결되지 않은 채 한국인 혼자 독자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 그리고 자본 참여 비율에 따라 지분을 나누는 합자(合資)회사, 약속에 의해 지분 비율과 역할을 배분하는 합작(合作)회사가 있다. 마지막 합작회사는 말 그대로 서로 약속을 잘 지켜야 성공한다. 자본 투자 비율에 관계없이 사업에 대한 공헌도를 미리 협의해서 지분을 나누는 구도이니 약속 이행이 되지 않으면 그 순간 사업은 깨지고 만다. 50% 이상이 합작형태로 중국 사업을 시작한다.
여기서 중국인이 한국인인 나를,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가 중요하다. 약속을 잘 지키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할까? 창피한 일이지만 정 반대다.
우선 말 약속을 너무 쉽게 한다. 파트너가 될 중국인 사업가나 공무원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조선동포 직원, 통역, 관광 가이드 등에게 하는 말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중국인이나 조선동포 통역, 직원에게 “이번 일만 잘되면 한국에 초청하겠다, 한국 여행을 시켜주겠다, 취직시켜주겠다, 심지어 조선동포 여직원이나 술집 종업원에게 결혼하자”는 약속까지 서슴치 않는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다는 이유로 남발하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크게 잘못됐다. 86아시안게임 때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 바람이 아주 나쁜 영향을 미쳤다. “볼펜 한 자루씩 만 팔아도 13억개, 만주는 우리 땅”이라며 중국을 설치고 다녔던 한국인들이 너무 많은 공수표를 날렸다. 만나는 중국인들이 제시하는 사업을 돈 걱정하지 말고 같이 하자고 큰 소리를 친다. 그리고 이른바 ‘합작사업 의향서’를 체결한 후 한국에 온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한국에서 투자하고 부동산이나 공장 등 현물은 중국에서 투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 수준의 문서다.
수많은 의향서를 가지고 한국에 간 한국인으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다. 오더라도 이번엔 다른 사업 거리를 찾아 달라고 한다. 이런 미팅 때 통역으로 참여한 조선동포들의 마음에 한국인의 이미지가 각인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중국인들, 조선동포들도 한국인과 교환한 ‘합작사업’의 사업 추진 여부는 별개로 생각한다. 헤어지면 끝일 수 있으니 가능한 한 비싼 음식에 술 대접, 그리고 현금 등을 뜯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