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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벤처캐피탈(VC)의 한 매니저는 한국과 미국 간 스타트업 차이를 묻자,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부터 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트업이라면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자금을 어떻게 쓸지에만 급급해있다는 얘기였다.
‘포스트 실리콘밸리’를 육성하려 정부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기관인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어 ‘끝장토론’에 나섰다. 4차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어떻게 풀지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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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개혁해 제도적 영역이 갖춰지더라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창업 문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의미였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VC 등과의 인터뷰와 함께 실리콘밸리 재미 과학 기술자 협회 회원인 스타트업·대기업을 겪은 엔지니어들과의 좌담회를 엮었다.
-한국과 미국 간 스타트업은 어떤 차이가 있나.
△호만 옌(Homan Yuen) 퓨전펀드 매니징 파트너=한국 스타트업의 비전은 2~3년 후였다. 이미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회사가 당장 2~3년 후를 바라보는데, 스타트업이 3년 후 대기업과 겨룬다면 대기업 제품을 쓰지 않겠나. 지금 성공한 기업을 보면 당장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것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를 고민했다. 남들 보기엔 시간·돈 낭비일 순 있어도 미친 발상으로 도전하는 사람이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 닮아야 할 기업 문화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상민 Iotelic Technologies 매니저=퀄컴에서 근무할 때나 지금이나 느끼는 것은 사업 그 자체, 본질에 접근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처럼 사내 정치도 있지만 실무자를 관리하는 매니저는 실무자가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쓴다.
△이준용 루브릭 엔지니어=위스콘신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실리콘밸리에 온 지 1년 남짓 밖에 안됐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스타트업이지만 지난해 200명이었던 직원이 800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크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는 데다 결정 권한을 실무자에게 최대한 위임해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취업한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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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슨 존슨(Payson Johnston) Crowdz 대표=미국이든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든 지원 받는 과정는 어려웠다. 다만 실리콘밸리 내 투자자는 사업 기회와 총 시장 규모, 얼마나 빨리 계획을 달성할 수 있을지 등을 궁금해한 반면, 한국 투자자는 어디에 돈을 쓰는지, 얼마나 고용하는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에 비해 서류 작업이 더 필요한 점 역시 쉽지 않았다.
△메건 래미스(Megan Ramies) 플러그앤드플레이(Plug and Play) 매니저=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복잡하고 지난하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80장이 넘는 서류를 작성하는 일은 터무니 없다. 1분 1초가 아까운 스타트업은 사업에만 집중해도 모자라다. 서류를 작성할 시간에 잠재력 있는 다른 사업을 찾을 수도 있다. 지원 받더라도 미팅, 자금 유치 등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과정도 힘든 부분이다.
-한국에 필요한 ‘사고방식’은 정확히 무엇인가.
△조형기 팬텀AI 대표=우리나라는 주로 말조심하는 것을 가르치지만 미국에서 석·박사하는 동안 배운 것 가운데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었다. 소위 ‘무대뽀’ 정신으로 들이대고 밖에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인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K-GROUP(그룹)’에만 5000명 안팎에 이르는데 아직 좋은 CEO(최고경영자)가 안 나오는 이유는 지나친 겸손으로 낮은 자세에 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성 Molecular Vista 대표=신뢰 역시 중요하다. 한국에선 10명 중 9명을 믿지 말라는 말이 있더라. 그러나 결국 사람 간 신뢰로 이뤄지는 사회다. 한 대학 교수와의 계약에서 이 장비로 개발하지 못하면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고 실제 돈을 돌려줬다. 고객사가 발길을 돌렸을까. 아니다, 외려 믿을 만한 기업이라도 계약할 때 신뢰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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