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올려주고 나면 적자"…문 닫거나 범법자 되거나

[임인년이 두려운 중기]②내달 최저임금 5.1% 올라
중대재해법도 시행 "중소기업 99% 오너이자 대표"
금리인상 기조 역시 중소기업 경영회복 '걸림돌'
이정희 교수 "경기회복 예상했지만, 변이로 위기감"
"정책 전면 수정 불가피, 중소기업 비용부담 덜어줘야"
  • 등록 2021-12-09 오전 5:01:00

    수정 2021-12-09 오전 9:46:36

경인주물공단에 있는 한 금속부품업체에서 근로자가 연마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이데일리 강경래 김호준 기자] 경인주물공단에 입주한 부품업체 A사는 올해까지 2년 연속 적자가 확정적이다. 수년 전만 해도 매출이 80억원대였지만, 지금은 40억∼5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고정비 부담은 늘어나는 실정이다. A사 대표는 “지난 9월에 11억원 대출을 받았는데, 벌써 다 소진했다. 다음 달부터 최저임금이 또 오르는데 현재로선 대책이 없다”며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한다는데, 사고가 나면 꼼짝없이 범법자가 된다. 심각하게 사업을 접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임인년’ 새해를 앞두고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5.1% 오른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도 시행된다. 주52시간 근무제 역시 본격적인 단속이 이뤄지면서 중소기업은 이중고, 삼중고를 겪게 될 전망이다. 금리 인상 기조도 중소기업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주52시간제·최저임금제 개선 등 ‘노동개혁’ 원해

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20대 대통령에 바라는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대통령이 우선 개혁해야 할 분야로 ‘노동개혁’(4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규제개혁’(36.5%), ‘금융개혁’(35.5%) 등 순이었다. 공약에 반영해야 할 중소기업 정책 역시 ‘주52시간제 개선 등 근로시간 유연화’(49.3%), ‘최저임금 산출 시 중소기업 현실 반영’(44.0%) 등 노동 관련 사안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당장 다음 달부터 5.1% 오른 최저임금 9160원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2.9%와 올해 1.5%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이달 들어 하루 5000~7000명 안팎의 기록적인 코로나19 확진자 수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 대기업에 비해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경영환경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줄도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52시간제 역시 중소기업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지난 7월부터 50인 미만(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를 도입했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단속·처벌이 아닌, 새로운 제도 안착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그동안 사실상 계도기간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정부가 실제로 단속에 나서는 등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차기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중점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길 바라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인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개선 등이 공약에 반영돼 중소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관련, 매년 사용자와 노동자 양측에서 벼랑 끝 전술을 갖고 나와 파행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지역·업종·직군별 차등적용과 함께 최저임금 결정 요소에 기업 지불 능력을 포함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중대재해법·금리인상 기조 역시 중소기업 경영회복 ‘걸림돌’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중소기업학회장)는 “당초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다시 소비가 위축하고 불황이 장기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도 문제다. 중대재해법은 기업 경영책임자 등이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하는 법이다. 중대재해는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특히 근로자가 사망하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에 처해 진다.

추문갑 본부장은 “중소기업 99%는 오너가 대표이사로 활동한다. 사업주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은 오히려 재해 예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해 처벌보다는 계도 중심으로 현장을 지도해야 한다. 최소 1년 이상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 역시 중소기업 경영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 1년 8개월 만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났다. 이에 더해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된다. 중소기업으로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실적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희 교수는 “정부는 올 연말에 경기가 살아나고 내년에는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보고 정책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등 변수로 인해 우리 경제는 ‘시계 제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느낄 수 있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고 비용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 한 주물업체에서 근로자가 부속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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