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은 선거가 너무 많아서다. 대선에 총선, 지방선거까, 그런데 정치권 압력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없다“(금융감독원 임원)
감사원이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7개 기관을 대상으로 전격적으로 ‘기업금융 리스크 실태’감사에 나서면서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보신주의를 증폭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선, 해운업 등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집도의나 마찬가지인 이들 기관에 칼날을 겨누면서 결국 산적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구조조정 작업이 제대로 진척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관련해서는 이미 감사원이 정기감사를 통해 한번씩 점검했던 사항”이라며 감사원의 ‘부실 감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제는 감사원의 이번 전방위 특별감사로 이제 막 시작된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금감원, 산은, 수은, 기은, 무보, 신보, 기보 등 7개 기관에 동시다발적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례적이란 평가다.
구조조정 이제 막 시작...지연 우려도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은 4.13총선 이후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다. STX조선을 필두로 한 SPP·성동·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의 법정관리 여부 등 구조조정 처리 방향은 내달 초 확정된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현재 자구안의 타당성과 추가 자구 필요 여부를 내달 말까지 확정한다는 게 금융위원회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금융 실태 리스크 점검이라고 돼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감사의 방향을 알 수 없다”며 “한번 감사가 나오면 모든 것을 다 뒤져 일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고도 법정관리로 전환한 STX조선의 구조조정 실패를 두고 금융당국과 채권단 사이에선 책임 공방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은 ”자율협약 지속은 금융당국의 결정이었다“며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