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4년간 컨트롤타워 없는 軍 관사 정책, 한해 5000억 예산 '깜깜이'

정확한 통계 없어 수급 불균형, 비용구조도 검토한바 없어
非전문가에 숙소 관리 맡기다 보니 곳곳이 '구멍'
뒤늦게 주거서비스 대책 추진, '상향평준화' 목표
관사 보증금 인상 방안에 반발, 현실화 미지수
국방장관까지 나서 "개인 부담" 설득
  • 등록 2017-05-30 오전 5:30:00

    수정 2017-05-30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가 1963년 군 주거지원 정책을 시작한 이래 지난 54년 동안 전담 부서도 없이 깜깜이로 관사와 간부숙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주거지원 사업에 매년 5000억원의 재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주먹구구식이었단 얘기다.

29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국방부 ‘군 주거정책 종합발전계획안’에 따르면 군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국방부에 관사와 간부숙소 관련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의 지적에 따라 지난 해 한시적 조직인 주거정책 테스크포스(TF)를 만든게 전부다. 그동안 복지정책과가 소요를 판단하고 건설관리과가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을 집행해 주거시설을 건립했다.

관사 미거주자를 위한 무이자 전세자금 대출도 관련 법률 없이 자체 훈령과 각군 총장 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컨트롤타워 없는 軍 관사 정책, 관리는 각 부대가 알아서

현재 국방부는 관사 약 7만 세대와 간부숙소 약 9만 실 등 16만 호의 군 주거시설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전국 148개 관사관리부대에서 개별 관리하고 있다. 전문인력이 관리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허점 투성이다.

실제로 육군 사단의 경우 부사관이나 군무원 1명이 △수백 세대의 입·퇴거와 △보증금·관리비 징수·운용 △유지·보수 집행 △민원 대응 △복지회관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군단이나 사령부 및 각군 본부 역시 마찬가지다.

비교적 신축 건물인 모 부대 내 관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이렇다 보니 종합적·체계적인 주거정책이 불가능하다. 예하부대에서 보고한 현황을 그대로 종합할 수밖에 없으니 자료의 정확도는 떨어진다. 실시간 시설 현황과 이를 필요로 하는 인원에 대한 통계도 정확치 않다. 수급 불균형 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군 주거시설의 품질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군 관사나 간부숙소는 입주자가 수시로 변경되고 입주자들이 함부로 시설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노후화 속도가 빠르다. 국방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관사와 간부숙소 유지보수 예산으로 287억원을 투입했다. 이게 적정 수준의 비용인지도 국방부는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주거서비스 수준이 군별·지역별·개인별 편차가 매우 심하다. 육군의 경우 소규모 관사를 부대 바로 앞에 두고 있고 격오지에 위치하다 보니 전문관리업체에 위탁할 엄두도 내지 못해 낙후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비행단이나 함대사령부를 기반으로 하는 공군과 해군 관사는 대단지를 이루고 있어 육군 전방 부대에 비해 양호하다.

30평대 신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건립한 관사에서부터 40년 된 15평짜리 구식 관사까지 제공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현재 30년 이상 노후관사는 총 7759세대다. 상당수 군인이 이곳에서 어쩔 수 없이 생활하고 있다. 노후화 정도가 매우 심각한 2391세대는 장기 공실 상태다.

軍 관사 상향 평준화, 보증금 4000만원까지 인상

특히 국방부는 군인 1명에게 숙소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 구조를 검토한적이 없다. 중장기적 비용 추계가 있을리 만무하다. 지난 해 주거정책TF가 연구용역을 통해 민간주택 수준으로 주거시설을 건립하고 유지하기 위한 세대 당 연간 적정비용을 분석한게 처음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관사는 세대 당 연간 적정비용이 평균 600만원, 간부숙소는 170만원으로 추산됐다. 전체 주거지원 예산이 연간 7195억원은 돼야 한다는 의미다. 2017년 국방부 예산은 5007억원으로 2188억원이 더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관리비와는 별도로 관사 입주자가 지역과 평수에 따라 내는 ‘입주보증금’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 평균 450만원 수준의 보증금을 4000만원까지 약 9배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목돈이 없을 경우 매달 10만원(1년 120만원=4000만원에 대한 연 3% 이자)을 내면 된다.

4000만원은 품질이 양호한 1·2 등급 관사 보증금의 평균액이다. 현재 서울권 BTL 방식 관사는 1등급 수준으로 현 보증금은 1000만원 대다. 4배 가량 올리는게 상한선이다. 3등급은 건물 연한까지 사용 후 처분하고 4 등급 관사는 즉시 처분할 예정이다. 3·4 등급 관사에 대해선 현행 보증금 수준을 유지한다. 간부숙소 역시 지금은 관리비만 받고 있지만 연 평균 34만원을 부담케 한다는 계획이다. 보증금 형태로 낼 경우 약 1100만원이다.

홍순정 국방부 주거정책TF 팀장은 “4단계의 주거시설 단지별 등급 판정 기준을 만들어 보증금과 관리비 차등화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면서 “매 5년마다 재판단 해 군 주거시설의 상향 평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군 주거정책 종합발전계획안에 대해 현장에선 볼멘 소리가 나온다. 어찌됐든 직업 군인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국가가 매년 주거시설 지원에 적지 않은 재원을 투입하지만 모두가 만족스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 부담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한 가정을 책임지는 경제인으로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방부는 현재 각급 부대를 돌며 현장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후 계획안을 실행한다는 계획이어서 추진 시점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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