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는 잠재성장률‥"0%대 금리시대 멀지 않았다"

잠재성장률 하락…성장성 저해않는 자연금리도 낮아져
채권시장 금리 역사상 최저점..0%대 금리 예고
A등급·순채권국 지위 올라선 韓…자본유출 위험 적어
  • 등록 2019-08-27 오전 5:00:00

    수정 2019-08-27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경은 안승찬 기자] “지금보다 기준금리를 두 세 번 내리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하드커런시(Hard Currency·경화; 달러처럼 태환성이 높은 통화)로 분류되는 일본이나 유럽하고는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가 기준금리를 0%대까지 낮추면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유출에 대한 위험은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는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기 힘든 배경이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대에 도달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나빠질 경우 기준금리를 ‘0%대’ 수준으로 내리는 시나리오는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0%대 기준금리’가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성큼 부상했다.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성장성 저해하지 않는 자연금리도 낮아져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제로금리 시대를 예고하는 원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했다. 2년 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 영향이 크지만, 노동생산성 하락, 생산혁신 부족, 경제규모 확대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경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중반에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치도 점점 낮아지면서 자연금리(중립금리)도 낮아치는 추세다. 자연금리는 성장을 제약하지 않고 물가 상승도 유발하지 않는 적정한 금리 수준을 말한다. 금리 수준이 지금보다 낮아지는 게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자연금리가 0%에 가깝고 우리나라도 이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한국의 자연금리를 오는 2040년까지 1.6%포인트가량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조 위원의 추정을 바탕으로 한은의 실효하한을 추정해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까지 내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장금리도 초강세..0%대 금리 예고

시장금리도 0%대 금리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들어 채권시장이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역사상 최저점인 1.1%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만큼 채권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뜻이다. 26일 기준으로 10년물 국고채 가격은 올해 초와 비교해 36% 급등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국가들이 많아졌다”며 “한국도 금융위기 당시보다 명목성장률이 낮아진 만큼 기준금리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통화정책 수단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로금리 시대를 대비해 양적완화를 도입하거나 금리조정폭을 기존 0.25%포인트씩에서 0.1%포인트씩 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유럽 등과 더 유사해지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하는데 한은은 여전히 느리고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A등급·순채권국 지위 올라선 韓…자본유출 위험 적어

문제는 자본유출의 위험이다. 그동안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일어나더라도 재정거래 유인(스와프 프리미엄) 때문에 당장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워낙 한국 내에서 달러 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는 달러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일종의 달러를 빌려주는)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재정거래가 가능했고, 재정거래의 차익인 스와프 레이트가 커지면서 낮은 금리에도 한국에 투자하는 게 오히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이익인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임계치’를 넘어서고 얘기가 달라진다.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자본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만약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 등의 충격이 온다면 환율이 크게 뛸 수 있고, 그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자본유출의 위험을 한은이 묵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대만과 이스라엘의 경우 신흥국이지만,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0%대 금리에도 자본유출은 크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 탄탄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도 자금유출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AA등급, 4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 순채권국, 선진국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가입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임에도 불구하고 0%대로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지속적인 자금유입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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