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法 후 신고 빗발치지만…제2의 김병찬 ‘우려’

올해 스토킹 신고 벌써 1만건 넘어…지난해 두배 넘어
법개정에도 아랑곳않는 스토커들…“악랄하고 교묘해”
전문가 “경찰 조기개입·처벌법 보완책 마련 이뤄져야”
  • 등록 2021-12-03 오전 6:00:00

    수정 2021-12-03 오전 6:00:00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최근 인천 삼산경찰서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30분쯤 옛 연인인 20대 여성 B씨가 사는 인천 부평구 한 오피스텔 현관문을 열쇠 수리공을 통해 열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한 달여 전 B씨와 헤어졌으나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다가 급기야 직접 오피스텔로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씨가 공포감을 호소함에 따라 A씨의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화 등 정보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스토킹 살인범’ 김병찬(35) 사건이 발생한지 열흘이 넘은 가운데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법 개정 이후 더욱 교묘해진 스토킹도 빈번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토킹의 특성을 고려한 대응과 피해자 보호체계 마련 등 스토킹처벌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지난 11월 29일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토킹 신고 올해 벌써 1만건 넘어…아랑곳 않는 스토커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올해 스토킹 피해 112신고는 1만1454건으로, 1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총 신고건수 4515건에 두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스토킹 피해 접수는 스토킹처벌법 시행을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10월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스토킹 피해 112신고는 총 4456건 접수됐다. 하루 평균 약 106건 꼴로 매일 100건이 넘는 신고가 오는 셈이다.

최근 경찰 부실대응으로 논란이 된 김병찬 사건 이후 스토킹 피해 신고는 일평균 115건까지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올해 스토킹 피해 접수는 1만5000여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의 스토킹 범죄 대응 단계는 △제지와 경고를 하는 ‘응급조치’ △가해자를 주거지 100m 내 접근 금지하고 전기 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막는 ‘긴급 응급조치’ △접근 금지 등과 더불어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보낼 수 있는 ‘잠정조치’로 구분된다. 이를 어기고 지속적인 스토킹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흉기 등을 휴대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스토킹처벌법 개정 이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토킹을 멈추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병찬도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계획적으로 보복 살인을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유족은 “지난 7일 신고 당시 김 씨가 피해자 차에서 자고 있었는데도 경찰은 ‘피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경찰관들에게 권한이 없어서 여성을 위협하고 불안에 떨게 한 사람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경찰의 대응체계를 비판했다.

3년간 스토핑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유튜버 ‘릴카’는 최근 스토킹처벌법 시행 뒤 오히려 가해자의 범행 수법이 악랄해졌다며 증거 영상을 공개했다. 2019년 여름부터 릴카를 뒤쫓아 온 스토커는 집 앞에서 4시간이 넘게 기다리다 선물을 두고 가거나 그가 타고 있는 택시를 오토바이로 뒤쫓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했다. 릴카는 최근 경찰에 이 스토커의 신원을 특정하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신청과 민사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스토킹법 시행 이후 이제 안 오겠거니 했는데, 이제는 1층에서 벨을 누르고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는 등 더 악랄해지고 있다”면서 “죽고 싶지 않아서 조심히 다닌다”고 호소했다.

한 남성이 유튜버 ‘릴카’의 집에 찾아와 1층 현관 벨을 누르고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사진=릴카 유튜브 채널 캡처)
전문가들 “경찰 조기개입·처벌법 개선책 시급”

법 시행 이후에도 스토킹 피해가 끊이지 않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지은 한국범죄예방심리협회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 국가처럼 “스토킹범죄 근절을 위한 경찰 조기개 입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가장 먼저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한 플로리다 주법은 최대 1년까지 처벌 가능한 경범죄 스토킹부터 최대 5년까지 처벌 가능한 중범죄와 함께 가중 스토킹도 구분돼 있다. 가중처벌은 △반복적인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괴롭히거나 사이버스토킹을 하는 경우 △만 16세 미만의 아동을 스토킹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가해자가 해당 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근거가 확인될 시 경찰은 영장 없이 가해자 체포가 가능하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의 운용 및 개선에 있어 고려할 점으로 △온라인스토킹의 규제 범위 명확화 △스토킹 상대방의 적용 범위 확대 △반의사불벌죄의 재검토 및 현장 대응 체크리스트 개발 등을 꼽았다. 강 교수는 “반의사불벌죄의 적용으로 형사처벌이 되지 않을 경우 재범 차단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스토킹 사건의 기록을 보존하는 현장 체크 리스트 개발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현재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5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피해자 보호명령과 신변안전 조치 도입 등이 포함된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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