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메이커]전은진 변호사 "기업들 부동산값 하락대비 시작"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베테랑 부동산전문 변호사
거래중개는 살얼음판‥문제 해결능력이 내공
과거 계약서 작성할 때는 하락 생각조차 안해
이젠 기업들도 부동산 자산 유지할 지 고민 시작
  • 등록 2017-11-28 오전 5:00:00

    수정 2017-11-28 오전 5:00:00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전은진 변호사가 2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출처:태평양 제공)


[이데일리 장순원 김무연 기자]“새로 산 우리 집 연결통로가 막혔다 해도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난 27일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만난 부동산팀 소속의 전은진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자문했던 ‘트윈시티 남산’ 아파트 거래만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 7조원 규모의 홈플러스 매각 거래의 숨은 주역이자 10년 가까이 부동산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변호사지만 난관은 곳곳에 숨어 있다는 걸 그 당시 또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얼음판의 연속‥문제 대응 능력이 내공

서울역 트윈시티 사업은 국내 1호 민간제안 리츠사업으로 민간(거캐피탈·Gaw Capital)과 공공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HUG)이 힘을 합쳐 주거용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당시 홍콩계 투자자인 거캐피탈은 국내 첫 투자로 이 사업을 선택했고, HUG 입장에서도 1호 민간임대 리츠사업이란 점에서 신중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거캐피탈이나 HUG 모두 부동산 업계에서는 ‘슈퍼갑’이다 보니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 싸움이 펼쳐졌다. 이럴 때마다 전 변호사는 고래 사이에 새우가 되곤 했다.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타협점을 찾아내느라 늘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준공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옆 건물주가 서울역에서 트윈시티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를 폐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전해듣자 전 변호사는 ‘멘붕’에 빠졌다. 지하철통로는 건물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데,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의 내공은 위기 때 빛을 냈다. 옆 건물주의 주장도 나름대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노련하게 협상을 시작해 결국 타협점을 찾아냈다. 전 변호사는 “표면적으로는 관리책임의 어려움을 거론했는데 건물주의 속내를 아는 게 중요했다”면서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지하철 통로가 뚫린 후 현장으로 달려갔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부동산 변호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사실 일반인들은 부동산 전문 변호사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건물이나 토지관련 분쟁이나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업무 정도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변호사도 “집에서조차 (자신의 일이) 부동산 중개사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얘길 한다”면서 웃음 지었다.

하지만 부동산 변호사는 광범위한 영역을 담당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에 가깝다. 거대한 프로젝트는 사업을 주도할 회사의 설립부터 자본조달, 인허가, 건설, 분양까지 모든 분야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시행사부터 금융회사는 물론, 문제가 터지면 옆 건물 주인과도 말문을 터야 한다.

그는 “부동산 변호사는 힘들고 어렵지만 재미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도시계획단계에서부터 태평양이 자문한 송도 신도시 프로젝트나 도심에 옛 호텔을 팔고 그 자리에 근사한 건물이 들어서는 과정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태평양 차원의 든든한 지원도 큰 도움이 된다. 조세나 금융팀을 비롯한 전문팀이 참여해 분야별 맞춤형 조언을 해주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부동산 하락 대비하기 시작”

전 변호사에게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물으니 “중심부의 트로피에셋(상징적인 부동산자산) 같은 물건 위주로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과거처럼 부동산가격이 오르리라 예상한 묻지마식 자산 매입은 없을 것으로 단언했다.

그는 “10년 전 자문한 계약서를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계약서에는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어떤 대응을 할 것이란 얘기가 한 줄도 없었다”며 “당시 누구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그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졌다. 전 변호사는 “최근 해당 계약을 갱신하면서 (가격 하락 시의) 원칙을 새로 정했다”며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기업들도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전 변호사는 “예전에 영업용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기업은 그냥 놔두면 가격이 오르니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테니 무조건 줄이자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지금은 부동산 보유 실익을 계산기로 두드릴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전은진 변호사는

서울대 인류학과 재학 시절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1년 법무법인 태평양 부동산 팀에 합류한 뒤 17년간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활약했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송도 신도시 개발, 국내 1호 민간 참여 리츠사업인 트윈시티 준공을 포함한 국내 주요 인수&합병(M&A) 및 개발 건에 부동산 자문으로 참여했다. 현재는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자문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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