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굿바이 마윈…中알리바바 '소요자' 장융 시대 개막

마윈, '계획대로' 알리바바 창업 9월 10일 은퇴
18명 동업자와 창업한 알리바바, 글로벌 브랜드 7위로
장융, 2007년 알리바바 입사 후 광군제·신유통 기획
마윈의 '102년 가는 기업' 목표 첫 시험대 될듯
  • 등록 2019-09-10 오전 1:00:00

    수정 2019-09-10 오전 1: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은퇴는 한 시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중국의 ‘작은 거인’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10일 은퇴한다. 1999년 동료 18명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작은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꼭 20년 만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은퇴를 한 시대의 시작이라고 일컫고 있다. 이미 마윈은 지난해 9월 10일, 장융(張勇)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를 후계자로 지명하고 새 시대를 준비해 뒀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AFPBB 제공]
◇굿바이 마윈…중국 IT의 상징이자 명함이 되다


마윈은 지난해 9월 10일 “알리바바 20주년인 2019년 9월 10일, 이사회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며 “오늘부터 장융에게 전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조직을 위한 이임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2019년에도 2020년까지 1년간 주주총회에서 이사직은 맡겠지만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본업인 교사로 돌아가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1964년생인 마윈은 올해로 55세다. 은퇴하기 이른 나이다. 게다가 중국에선 기업인이 부정부패에 휘말리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중국 사회가 마윈의 은퇴 선언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이유다. 일부에선 저돌적인 성격의 마윈이 공산당에 미운털이 박혀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마윈은 항저우에서 태어나 사고뭉치로 자랐다. 워낙 말썽을 자주 일으켜서 초등학교만 세 번 옮길 정도였다. 하지만 영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외국인만 보면 무조건 말을 걸 정도로 적극적인 소년이었고 턱걸이로 입학한 항저우 사범대에서도 영어 강사로 재능을 보였다. 당시 마윈에게 배운 학생들은 ‘재미있고 유쾌한 선생님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인터넷이었다. 1995년 미국 출장에서 우연히 인터넷을 접한 그는 온라인 세상에 자신을 걸기로 하고 중국기업들의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차이나 옐로 페이지’를 창업한다. 바로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아 이내 폐업하고 말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4년 후인 1999년 항저우에서 18명의 동료들과 알리바바를 만든다. 이듬해엔 알리바바의 영원한 후원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마윈은 창업 후 “할 수 없는 비즈니스는 이 세상에 없다”며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를 설립해 중국에 전자상거래 시장을 열었다. 전자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출시하며 알리바바를 전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알리바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난해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기준 매출액은 3768억4400만위안(63조84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칸타르가 브랜드자산과 실적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전세계 브랜드 가치 100대 기업’에서 알리바바는 7위를 차지했다. 알리바바 앞에 서 있는 회사는 비자카드를 제외하면 아마존과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 IT·금융기업들 뿐이다. 마윈이 설립한 알리바바는 그야말로 중국 IT의 상징이 됐다.
장융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AFPBB제공]
‘자유로운 사람’ 장융, 3세기 살아남는 알리바바 만들 수 있을까

“초조하게 생각해 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자기 일이나 잘 해야죠.”

마윈의 뒤를 잇는 장융이 한 말이다. 장융의 성격은 그의 별명인 ‘샤오랴오쯔(逍遼子)’에서도 잘 드러난다. 알리바바 직원들은 무협소설속 인물들 이름으로 스스로의 별명을 짓는다. 장융은 김용의 무협지 ‘천룡팔부’ 등장인물중 한명이 ‘샤오랴오쯔’라고 자신을 칭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다.

마윈은 지난해 은퇴 발표 당시에도 장융을 ‘샤오랴오쯔’라 부르며 그의 성격이 알리바바의 힘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서로 깎아내리고 경쟁만 하는 기업들의 세계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고한다는 이유에서다. 장융은 중국의 배달업체 메이퇀의 창업자 왕싱이 알리바바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을 때도 “시간이 되면 같이 술 한잔 하고 싶다”며 유유자적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장융은 결코 패기나 열정이 없는 인물은 아니다. 장융은 2007년 알리바바에 오자마자 ‘광군제(光棍節)’를 기획했다. 솔로를 상징하는 1이 네 개 모여있는 11월 11일, 배우자나 애인이 없는 독신자들이 알리바바의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쇼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자는 뜻에서 기획된 행사였다. 2009년 알리바바가 처음 광군제 행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 매출액은 5000만위안(83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엔 무려 4270배 증가한 2135억위안(35조6900억원)을 기록했다. 광군제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함께 세계 최대 쇼핑행사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융합한 ‘신유통 전략’을 펼치며 알리바바의 사업을 확대했다. 그는 “애플이 휴대폰을 새로 정의했듯이 알리바바는 유통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중국에선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 오프라인 상점에서 배송을 받는 ‘신유통’이 보편화하고 있다.

하지만 장융이 갈 길은 멀다. 이미 마윈은 알리바바의 아이콘이자 상징이 돼 버린 만큼 마윈의 색깔을 어떻게 지울지 고민이다.

텐센트나 징둥 같은 중국의 경쟁업체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알리바바의 해외 진출이 전 같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세우며 회사가 102년간 지속하길 바란다고 했다. 1999년 창업한 알리바바는 2101년이 돼야 102년째를 맞게 된다. 즉 20세기부터 22세기까지 3세기를 버티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이다. 창업주가 떠난 후 알리바바는 어떤 모습일까. 100년 기업을 꿈꾸는 알리바바의 두번째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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