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어바웃 '오유']④34년 식지 않는 인기, 그 비결은?

[한소영의 '뮤지컬 A to Z']
대본· 음악· 춤..기본에 충실한 작품
극중극 오페라 등 클래식 요소 가미
  • 등록 2020-03-21 오전 6:01:30

    수정 2020-03-21 오전 6:01:3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금까지 공연된 뮤지컬 중에서 가장 많은 입장권 수익을 올린 작품은 무엇일까.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까지 어떤 문화 콘텐츠, 영화, 연극, 공연보다 많은 입장권 수익을 올린 작품이다. 이 한 작품을 전 세계 39개국 188개 도시에서 1억 4000만명이 넘게 봤고, 60억달러(약 7조5400억원)이 넘는 티켓 매출을 기록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이기도 하다. 2013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가면무도회에서 사람들이 유령이 사라진 것을 축하하고 라울과 크리스틴은 비밀리에 약혼을 한다. 샹들리에의 추락과 함께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1막을 마무리한 ‘오페라의 유령’은 2막 시작과 함께 가장무도회로 극을 환기한다. 선두에서 크리스틴과 라울이 춤을 추고 있다(사진=에스앤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영국 런던 허머제스티스 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현재까지 쉬지 않고 공연 중인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동시에 최장 공연 기록을 세운 유일한 작품으로, 지금도 좋은 자리의 티켓은 구하기 힘들 정도다. ‘오페라의 유령’이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국내 초연에 프로덕션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던 한소영이 분석한 인기 비결을 그의 저서 ‘뮤지컬 A to Z’에서 발췌했다.

대본과 음악, 춤까지 완벽한 조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의 기본인 대본, 음악, 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대본부터 살펴보자.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19세기 프랑스의 파리 한가운데에 웅장하게 세워진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기형적 외모의 천재 작곡과 팬텀과 아름다운 프리마돈나를 향한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원작 소설은 천재성과 광기, 공포, 판타지가 어우러져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14년이라는 오랜 공사 끝에 완성된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둘러싸고 많은 사건과 이야기, 소문이 얽혀 있었다. 부지 밑에 지하수가 흘러 지반이 진흙처럼 물러져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는데, 고인 물을 몇 달 동안 펌프로 퍼내고 콘크리트 기초를 이중으로 다진 뒤, 특수 재료인 역청을 사용해서 그 위를 막고 다시 공사를 계속했다.

그 결과 오페라하우스는 특이하게도 지하에 호수가 있는 건축물이 됐다. 14년에 걸친 공사 기간 동안 프랑스가 프로이센 전쟁과 파리 코뮌(1871년에 2개월 동안 세워졌던 파리 시민혁명 자치정부)을 겪으면서 오페라 하우스는 한때 화약 창고와 군사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유령 출몰 등 건물과 연관된 무시무시한 괴담들은 이런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만들어졌는데, 르루는 그 중에서도 젊은 여가수 크리스틴 다에가 납치된 사건에 관심을 갖고 조사하다가 소설을 집필하게 됐다. 전직 기자였던 르루는 힘차고 간결한 필체로 뜬 소문이 무성했던 오페라하우스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역추적하는 형식으로 추리소설의 묘미를 살렸다.

강인하고 섹시하게..매력 극대화한 ‘유령’

괴상한 얼굴로 태어나 모든 이에게 버림받은 유령은 뛰어난 음악가이자, 천재 건축가였다. 흉측한 얼굴을 흰색 가면으로 가린 신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 유령과 인류의 영원한 주제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오페라의 유령’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으며, 오늘날에도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제작되고 있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1984년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오페레타 형식으로 만들어진 ‘오페라의 유령’ 공연의 리뷰를 접하고는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뮤지컬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원작 소설을 어렵게 구해 읽은 캐머런 매킨토시는 뮤지컬 제작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 무렵 ‘에비타’, ‘카바레’ 등을 연출한 해럴드 프린스를 연출자로 결정했다.

해럴드 프린스가 합류하면서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 소설에서 비중이 적은 인물을 없애고 크리스틴, 라울, 유령 등 세 명의 주인공에게 극의 흐름이 집중되도록 각색했다. 해럴드 프린스는 크리스틴과 유령의 사랑을 로맨틱하고 신비롭게 만들었다.

유령은 크리스틴의 음악 선생이며 대리인이자 애인으로 묘사됐다. 특히 강인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로 만들어져 무대 위 주인공으로서 매력을 극대화 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뮤지컬 대본의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해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오페라 형식 적절히 사용..흥행 견인

어떤 뮤지컬 작품보다 클래식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된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 장면이 극중극 형태로 삽입돼 있다. 당초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에 기존의 유명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만 새로 작곡하려 했다.

하지만 소설 속 로맨스에 매료된 웨버는 극에 걸맞는 새로운 곡을 쓰기로 결심했다.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 중 오페라 장면에 나오는 ‘한니발’(Hannival), ‘일무토’(Il Muto), 승리자 돈 주앙(Don Juan Truimphant)의 음악을 모두 직접 작곡했다.

웨버는 원래 영국 로열음악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다. 무대 음악에 남다른 관심이 있던 로이드 웨버는 특히 뮤지컬을 좋아해서 대중음악과 클래식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뮤지컬 음악을 많이 썼다.

그의 음악은 대중에게는 사랑을 받았지만, 보수적인 음악 평론가들에게는 악평을 받기도 했다. 뮤지컬에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겉핥기식 작품”, “음악에 깊이가 없고 달콤하기만 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웨버는 비판적인 평론가들에게 보란 듯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오페라 형식을 적절히 사용해 흥행을 견인했다.

호소력 있는 노래, 작품 완성도 높여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음악으로서는 영국 역사상 최초로 음반 판매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 2500만 장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했다. 웨버의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는 쉬운 멜로디와 드라마의 흐름을 잘 표현하는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작품의 특성을 잘 살려주고 있다.

작품 속 넘버(노래)인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밤의 음악’(The Music of the Night), ‘오직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All I Ask of You) 등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여러 성악가와 가수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로 꼽힌다.

특히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음의 반복이 기억에 남는 전주 부분과 크리스틴이 지르는 높은 고음의 마지막 부분 등 한 번만 들어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곡이다.

‘밤의 음악’은 유령이 크리스틴에게 자신의 음악 세계를 이야기하며 부르는 곡으로, ‘어두운 밤은 인간의 오감을 깨워 더욱 섬세한 음악의 세계로 인도해준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유령은 괴물의 이미지에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환상적인 예술가로 탈바꿈한다. 이런 것이 바로 노래와 무대의 힘이다.

‘오직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크리스틴과 라울이 오페라 하우스 지붕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부르는 사랑 노래다. 달콤한 멜로디의 남녀 이중창이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해 준다.

‘오페라의 유령’의 음악은 대본의 드라마틱한 내용만큼이나 호소력 있는 주옥같은 멜로디와 오페라의 풍부한 선율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무대예술의 극치 보여준 환상 무대

‘오페라의 유령’에서 춤은 안무가 질리언 린(Gillian Lynne)이 맡았다. 원래 발레단의 리딩 솔로이자, 런던 팔라디움 극장의 주연 댄서였던 그녀는 춤의 비중이 많지 않았던 ‘오페라의 유령’에 풍부하고 아름다움 춤을 구성해 넣음으로써 볼거리가 풍부한 뮤지컬로 만들었다. 극중극 형식의 오페라 장면과 발레 공연 장면에 1880년대의 춤 스타일을 그대로 담아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오페라하우스의 느낌을 제대로 재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신경써서 만든 고풍스러운 의상, 그리고 무대예술의 극치라 불리는 환상적인 무대도 ‘오페라의 유령’의 흥행 신화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공연 첫 장면에서 파이프 오르간 반주와 함께 먼지 쌓인 천을 걷어내자 1톤 무게의 샹들리에가 객석 머리 위로 솟구쳐 오르는 장면, 유령이 뱃머리에 크리스틴을 싣고 짙은 안개를 헤치며 노를 저어 지하 미궁으로 들어가는 장면, 대형 계단 세트에서 전 출연진이 가면무도회를 하는 장면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대세트와 특수효과로 ‘뮤지컬의 무대는 상상력의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오페라의 유령’은 당대 최고의 크리에이터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뮤지컬의 기본 요소인 대본과 음악, 춤, 의상, 무대 등에서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만들어낸, 가장 이상적인 작품이다. 뮤지컬의 기본에 충실해 전 세계적인 흥행 성공 신화를 계속 써나가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앞으로도 이런 작품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주인공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사랑을 표현한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유령에게 “당신의 추함은 얼굴이 아닌 영혼에 있다”며, 끝내 거절한다(사진= 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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