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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당초 주요 리스크로 거론되지 않았던 중국발(發) 헝다(恒大·Evergrande) 파산설에 월가 전반이 공포에 휩싸였다.
월가 공포지수 23.55% 치솟았다
2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78% 하락한 3만3970.47에 거래를 마쳤다. 3만4000선이 무너졌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70% 내린 4357.73에 마감했다. 두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9% 떨어진 1만4713.90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장중 3.5%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44% 내린 2182.20에 마감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23.55% 폭등한 25.71을 기록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헝다그룹의 파산설이다. 전날 아시아 시장에서 홍콩 증시는 3.30% 빠진 2만4099.14에 마감했는데, 이는 헝다그룹이 오는 23일 도래하는 이자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헝다그룹은 이때 8.25% 금리의 5년 만기 달러채에 대한 이자 8350만달러(약 990억원)를 내야 한다. 지급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
일각에서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재연할 수 있다는 진단이 있다.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헝다 위기를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비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헝다그룹 파산설을 두고 “재무부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위험을 주로 포함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계감 △날씨가 추워지는데 따른 델타 변이 확산 공포 △미국 의회 부채한도 협상 난항에 따른 디폴트 우려 등이 한꺼번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주식전략가는 “S&P 지수가 20% 이상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헝다 위기 탓 위험자산 전반 타격
증시뿐만 아니다. 다수의 위험자산이 타격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3% 내린 배럴당 70.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들은 줄곧 10% 안팎 하락한채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1~22일 9월 FOMC를 여는 연준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갑자기 위기에 빠지면 연준의 긴축 스케줄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헝다 리스크를 피해 가지 못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9% 하락한 6908.48에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74%,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2.31% 각각 내렸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2.11% 떨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는 “우리의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JP모건은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강세장을 예측한 대표적인 기관이다. 올해 말 S&P 500 지수 전망치를 4700으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