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평균의 함정'에 놀아난 연말 정산

  • 등록 2015-01-26 오전 6:15:00

    수정 2015-01-26 오전 6:15:0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통계학에 ‘평균의 함정’이란 게 있다. 어떤 상황을 단순명쾌하게 이해하고 싶을 때 평균을 이용하면서 생기는 오류다. 이를테면 A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평균 키가 175㎝라고 치자. 평균치를 비교하면 다른 학교에 비해 얼마나 큰지, 매년 고3 남학생 평균 키가 얼마나 컸는지 쉽게 알 수는 있다.

하지만 평균 키가 175㎝라고 대부분 키가 175㎝라고 볼 수 있을까. 180㎝ 이상 큰 학생이 절반 이상이고 170㎝ 이하 학생이 절반 정도면 얼추 평균치가 175㎝가 나온다. 하지만 이 평균은 A고등학교 3학년의 보편적 키 상태를 나타내지는 못한다. 통계상으로는 맞지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이 거세진 것도 이런 ‘평균의 함정’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연봉이 5500만원을 넘는 납세자가 세부담이 늘어난다고 했다. 연봉 5500만원 초과∼7000만원은 평균 2만∼3만원, 7000만원 초과는 평균 134만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개별적 사례를 뜯어보니 특별공제 혜택 적용 차이 등으로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의 급여생활자 중에서도 세금이 늘어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다 보니 다자녀가구와 1인 가구 등의 현실을 대변하지 못한 셈이다.

외국에서는 통계치를 내놓을 때 이런 평균의 함정을 피하려고 ‘중간값’ 등을 많이 활용한다. 평균값이 실제 보편적 상태를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값 등 다른 대표치를 활용해 현실에 가장 다가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쉽게 평균값을 말하면서 불편한 진실들은 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에 갇혔기 때문이다.

도그마의 힘은 굉장하다. 도그마를 맞추기 위한 숫자의 힘은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정교하게 분석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시민단체나 언론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정회의로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낸 보완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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