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청년구직층의 꿈나무 '크라우드펀딩'

  • 등록 2016-12-13 오전 5:00:00

    수정 2016-12-13 오전 5:00:00

[이재원 문화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대학생은 ‘종강 파티’ 대신 ‘종강 촛불’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학기를 정리하고 새 학기를 맞이할 중간 지점인 종강 파티가 추억과 낭만을 되새기는 날이 아닌 촛불집회를 하는 광장민주주의의 장(場)이 된 것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현 시국에 대해 공분을 갖는 공통된 이유는 국가에 대한 믿음이 깨어진 데 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믿었던 믿음 말이다. 설령 다소간 부패가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은 유지되었으리라 믿었던 선이 무너진 데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청년들 공분을 더 크게 만든 것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유라 씨는 과거 소셜미디어에 “능력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조카 장시호씨는 ‘가’ 위주 고등학교 성적표로 연세대에 입학한 데 대해 지난 7일 열린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본인 실력으로 입학했다고 답했다.

‘헬조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부모나 청년들도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기에는 좌절이 너무나 크다. ‘탈(脫)조선’이 답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변해야 하는 시기다. 이제 대통령을 비롯해 사법, 입법, 행정부가 변해야 하지만 시민들이 똑똑한 감시자가 되고 힘을 모아 잘못된 구조를 바꾸려는 실천을 해야 한다. 이념의 좌우와 관계없이 촛불을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업난에 맞닥뜨린 청년들이 이제 변할 수 있는 구조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 청년창업자들이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을 활용하는 추세가 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아시아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각광을 받고 있고 아시아가 수년 내 세계에게 가장 큰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지난해 규제가 풀려 문화·예술 전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개설됐다. 이에 따라 펀딩을 유치하는 중소기업 뿐 아니라 사회에 진출하려는 대학생들도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목표 금액을 유치하고 있는 추세다.

영화 비평을 남녀 관점에서 풀어내는 ‘세컨드 필름 매거진’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종이 매거진을 냈고 감성적인 음악세계로 젊은층에 입소문이 난 인디밴드 ‘화려’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음반과 음원을 발표했다. 1년여간 공연장과 버스킹으로 팬들을 직접 만나왔던 화려가 앨범을 낸다는 소식에 목표로 했던 투자 금액을 초과 달성해 모금이 144%이상 이뤄졌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학생이 사회와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의의가 있다. 자칫 사업보다는 벤처캐피털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더 치중할 우려가 있는 청년창업 경영구조를 소규모이지만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경유착과 같은 굳건한 연결고리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꿈을 만들어갈 여지가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물론 크라우드펀딩이 소액 투자라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구조를 만든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사회안전망이 아니라 개인 노력으로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신자유주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들이 직접 평가하고 십시일반 투자한다는 점에서 진짜 소비자 판단이 기준이 된다는 장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년 입장에서는 자신의 작품이 소비자와 호흡할 만한 콘텐츠인지 냉정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시민들도 기업의 마케팅이나 브랜딩 전략이 아니라 제품의 질로 선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하워드 라인골드가 휴대전화와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시민이 ‘참여군중’(Smart mobs)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고 다양한 정보의 교류, 소규모 펀딩까지 똑똑하게 이뤄내는 군중에서 한 걸음 나아가 현명한 군중이 되는 숙제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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