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내에서 아동 성(性)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에 대한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n번방 회원들이 감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금이나 반성문 작성 등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정황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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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불분명한 기부금…혹시 n번방 회원?
한국성폭력위기센터는 최근 정체불명의 기부금을 수차례 받았다. 기부금은 1~2만원 수준의 정기후원이었다. 통상 기부금이 접수되면 어떤 목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것인지에 대한 확인 작업을 거치는데, 명확하게 목적을 말하는 기부자들과는 달리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 지원 단체에 후원을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경찰의 사이버 성범죄 수사가 웹하드와 다크웹 등으로 확대될 때마다 가해자들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를 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하는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한 기업에서 기부를 하고 싶다며 1000만원을 입금한 적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와 좋았지만, 기업의 정체를 확인해보니 웹하드업체였고 기부를 거절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성폭력 가해자가 이처럼 기부를 하려는 사례가 1년에 몇 건씩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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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에 유리한 반성 취지 담은 자료 만들어라”…성범죄자 솔루션
이러한 성폭력 가해자들의 기부금은 일종의 ‘매뉴얼’이다. 재판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 유리한 정황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 변호사가 성범죄 사건의 시간별 대응전략을 써낸 책에서는 “양형에 유리한 자료를 만들라”라며, 반성 취지를 담은 자료를 만들 것을 추천하고 있다. 기부나 봉사활동 등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스토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비록 이런 메뉴얼에 따라 `만들어진` 스토리일지라도 법원이 감형 판단을 내리는 데 영향을 끼친다. 조주빈과 함께 박사방의 범행을 이끌었던 사회복무요원과 10대 피의자 ‘태평양’ 등이 계속해서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기부금이나 반성문보다 자수가 가장 효과적인 감형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박진호(법률사무소 공감) 변호사는 “피해자 단체에 기부를 하는 행동 등이 감형이 되긴 하지만 큰 감형 사유는 아니다”라며 “감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 자수하고 수사기관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