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마감되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비입찰을 놓고 입찰 참여를 고심하고 있는 한 투자금융회사 대표가 푸념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교보생명뿐만 아니라 자금 여력이 풍부한 중국 등 우리은행 경영권에 관심 있는 해외투자자들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론스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이번에도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LIG그룹이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를 선정했지만,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자회사 편입승인을 보류한 것 역시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수합병(M&A)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건 ‘몽니’가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항변이다.
금융당국 “中 자본 은행 인수 불가” ..우리은행 매각 진정성 의심
최근 금융위원회에 중국의 한 대형은행으로부터 문의가 접수됐다. A금융그룹 계열 지방은행에 대해 인수의사를 물어온 것이다. A금융그룹과도 상당한 의견을 나눈 상황이었다. 이 중국계 은행은 늘어나는 중국 방문객들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금융위에 의사를 전달했지만, 금융위는 “더는 얘기 들을 필요도 없다. 이 얘기는 안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중은행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27일 “금융위가 우리은행 재매각 방침을 발표할 당시 외국계 자본에 대해서도 참여를 허가하겠다는 애초의 입장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국부유출과 함께 해외자본의 적격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하지만,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잠식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사를 인수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아직도 ‘변양호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중국 자본 불가론’에 대해 상당 부분 자인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외국 자본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중국 자본을 무턱대고 배제한다면 외교적인 시빗거리가 될 수 있어 대놓고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중국 등 해외자본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국부 유출 논란은 물론 여신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 정보가 해외로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따라서 중국 등 해외자본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나 국내 금융사 인수에 상당 부분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금융사의 한 대표는 “우리은행 매각 과정에서 보듯이 자격제한 등 높은 장벽 때문에 금융당국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금융당국이 최대한 시장 간섭을 배제하고 유연한 감독체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금융 ‘LIG손보’ 인수 불확실성 확대..“금융당국이 문제” 해석 지배적
금융당국은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과 관련해 지난 27일부터 앞으로 2주 간 부분검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내달 금융위는 인수 승인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KB 사태 이후 지배구조를 문제로 삼아 인수 승인을 보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금 KB금융의 지배구조 자체가 안정화가 안 된 상황”이라며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해 금감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부문 검사를 시행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적격 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승인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해외 투자자들은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지연을 단순히 지배구조 문제를 넘어 한국의 오래된 관치금융으로 말미암은 폐해로 보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M&A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자칫 해외투자자가 등 돌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