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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나노 기술 유출은 시장 판도까지 영향
2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모(51) 전무가 중국으로 유출을 시도한 기술은 ‘14나노미터 공정 흐름도’와 ‘10나노미터 모바일AP’ 등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1나노미터(㎚)는 1m를 10억분의 1로 쪼갠 초극소 단위로 머리카락의 1만분의 1 크기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더 얇고 가벼운 성능이 향상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 전력 소모량도 감소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
한국업체끼리 1~2위를 다투고 있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비메모리인 시스템반도체는 한국·대만·미국 등 3개 나라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IHS가 발표한 올해 2분기 기준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총 2637억 달러(약 291조원)로 메모리(735억 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그만큼 시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상품이란 얘기다.
대만·미국과 기술 경쟁 속 보안 대책 절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신수종사업으로 삼아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기술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삼성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조차도 삼성이나 TSMC를 통해 아이폰용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을 선점한 업체는 막대한 수익을 얻고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할 수 밖에 없다. 삼성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2007년부터 아이폰용 모바일AP를 생산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최근 2년간 애플 물량을 경쟁사인 TSMC에 빼앗겼다. 더욱이 애플 공급 물량을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통해 14·10나노 공정을 개발했지만 얼마 전 출시한 아이폰7용 AP 물량도 TSMC가 모두 가져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당 사업부 고위 임원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중국에 빼돌리려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중국이 삼성 현직 고위 임원까지 기술 유출 창구로 이용하려 한 것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며 “힘들게 확보한 우리 기술을 지키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강력한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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