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개발만, 넌 생산만 전념해…제약사 '온리 원' 시대

'R&D부터 마케팅까지 전담'은 옛말
NRDO, CRO, CMO 등 제약업 세분화
실패 가능성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자구책
  • 등록 2017-05-25 오전 5:00:00

    수정 2017-05-25 오전 5:00: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국내 제약업계도 글로벌 트렌드인 철저한 분업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어떤 회사는 고객사 요청대로 약만 만들어 납품한다. 성공 가능성높은 후보물질을 초기발굴해 임상시험만 진행한 뒤 더 비싼 값에 파는 것 자체를 업(業)으로 삼는 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임상시험 규정이 점점 강화되는 등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약은 연간 4~5건에 불과할 만큼 신약개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신약개발의 각 단계 중 하나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이 제약업의 글로벌 트렌드”라고 말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기술도입

신약개발에서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것이 기술도입이다. 지금은 세계 10위권 제약사로 자리잡은 길리어드는 30년 전만해도 미국의 수많은 중소제약사였다. 이 회사는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에 판권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길리어드가 타미플루의 마케팅을 직접 진행했다면 이 정도 성공은 불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이후 길리어드는 바이러스질환에 더욱 집중하면서 세계 최초의 내성 없는 B형간염약, 완치가능한 C형간염약 등을 개발했다. 한 외국계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존 약의 특허 만료와 파이프라인 축소로 자체적인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며 “소규모 바이오텍 회사의 경우 신약후보물질을 제품화하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도입은 두 회사 모두 윈윈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연간 500여건 이상의 기술거래가 성사되고, 이 중 60% 이상이 임상시험 단계라는 통계자료도 있다. 김주용 연구원은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은 자체 개발보다 기술도입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초기 계약금만 지불한 뒤 마일스톤(개발에 따른 기술료)은 임상시험 진행에 따라 지불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실패해도 계약금과 일부 마일스톤만 부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세포배양시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만 전문으로 한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NRDO, CRO, CMO 등으로 더욱 세분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는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권을 사들여 후속연구를 진행하는 형태 회사다. 될성 싶은 떡잎을 찾아 열매를 맺을 정도로 키우는 게 이들 목표다. 국내에도 큐리언트(115180), 브릿지바이오, 란드바이오사이언스 같은 회사들이 있다. 큐리언트는 파스퇴르연구소로부터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을, 브릿지바이오는 한국화학연구원과 성균관대가 공동 개발한 만성염증성질환치료제 후보물질을, 란드바이오사이언스는 차바이오텍의 CMG제약과 폐질환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한 NRDO 관계자는 “대부분의 바이오벤처들이 연구단계에서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연구개발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상시험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를 CRO(임상시험수탁업체)라고 부르는데 2019년에는 시장규모가 504억 달러(약 58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1위 CRO인 LSK글로벌PS의 이영작 대표는 “신약개발 비용의 절반 이상이 임상시험에 들어갈 정도라 제약사 입장에서는 임상시험의 실패 위험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신약개발과 관련한 관리기준이 강화되고 있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임상시험이 지속되지 않는 한 관련 전문인력을 직접고용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대신 제품 제조만 전문으로 하는 CMO(위탁생산업체)도 있다.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지게 된 계기가 2011년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만들면서부터다. 삼성그룹이 이 회사에 투자한 금액이 3조원이 넘는다. 삼성그룹이 의약품 위탁생산 회사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덩치에 맞게 신약 개발을 해야지 무슨 위탁생산이냐’는 비아냥이었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운영담당 상무는 “한 회사가 신약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고 판매까지 해야한다는 생각은 과거의 패러다임”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도입한 약의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처럼 삼성은 가장 자신 있는 ‘제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미세공정 관리 장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만ℓ 규모 1공장, 15만ℓ 규모 2공장 운영에 이어 현재 18만ℓ 규모 3공장을 건설 중이다. 3공장이 계획대로 운영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에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 기업이 된다. 윤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동안 삼성의 화학과 반도체 사업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수적인 바이오제약업계에 혁신의 DNA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 제품생산을 맡긴 외국계 제약사의 국내 지사 담당자는 “바이오의약품은 불순균이 하나만 들어가도 해당 탱크(세포 배양기)를 모두 비워야 할 만큼 공정관리가 까다롭다”며 “이런 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위탁을 맡긴 후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마케팅과 인허가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