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게 공모전 작품 좀"…최악 취업난·스펙 만능시대의 슬픈 자화상

'스펙 경쟁' 공모전 작품 외주 주는 양심 불량 참가자들
공모전 주최측 "현실적 구별 방법 없어"
저작권 전문가 "1000만원 이하 벌금 처해질 수도"
  • 등록 2017-08-16 오전 5:00:00

    수정 2017-08-16 오전 9:39:55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대학 게시판에 기업과 학교 측의 공개 채용 및 채용 박람회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올 여름 디자인 공모전 참가 계획을 세운 대학생 김모(22)씨는 얼마 전 친구에게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현직 디자이너에게 돈을 주면 공모 주제부터 디자인 아이디어까지 알려준다며 함께 하자는 얘기였다. 김씨는 “수상 경력도 많은 현직 디자이너라 돈만 주면 공모전 입상은 확실하다고 해 잠깐 솔깃했지만 상을 탄다고 해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결국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생 박모(23)씨는 최근 ‘값을 치를 테니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제출할 파워포인트 슬라이드(ppt)를 제작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았다. 박씨는 “사업계획서 ppt만 대신 만들어 주면 되는 일이었지만 남의 공모전을 대신해주는 기분이 들어 거부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가에 각종 공모전이 잇따르는 가운데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수상을 노리는 ‘양심불량’ 참가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경쟁자보다 나은 스펙을 쌓으려는 일부 대학생들의 그릇된 생각이 빚어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해 공정해야할 공모전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전 담당자들은 “참가자 본인의 작품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최악 취업난에 공모전 경쟁률 치솟아

여름방학을 맞아 취업 관련 사이트에는 공모전 정보들이 수백 개씩 올라오고 있다.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부터 사진 공모전, 제품 디자인 공모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의 경우 인기가 많아 경쟁률이 수백 대 일까지 치솟기도 한다. ‘취업 7종 세트’(학벌·학점·토익점수·자격증·어학연수·공모전 입상·인턴 경력) 중 하나인 공모전 입상을 위해 취업준비생들이 너도 나도 달려들기 때문이다.

공모전 열풍에 무임승차를 노리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해 한 예술대학을 졸업한 이모(27)씨는 “인테리어나 건축 디자인 공모전의 경우 재료비만 100만원 이상 들기도 한다”며 “작품은 한 사람이 만들고 나머지 두 사람은 공모전 참가에 드는 비용을 대는 식으로 참가자 명단에 이름만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편법을 동원해 불공정한 결과를 얻으려는 몰염치한 이들을 보면서 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대학생 김모(24)씨는 “다른 사람은 외주를 맡기는데 나만 하지 않으면 탈락할 것 같으니 잘못된 관행이 퍼지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작품으로 수상한 뒤 이력서에 본인의 경력처럼 쓰는 건 양심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타인 작품으로 출품 저작권 위반 불법 행위

공모전 담당자들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라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스마트 ICT 콘텐츠 공모전 등 다양한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는 KT희망나눔재단의 한 관계자는 “공모전 작품을 대신 만들어 준 건지 현실적으로 알기 어렵다”며 “다만 추후 발각됐을 경우 저작권법 등의 법적 제재를 취하겠다고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실제 창작을 한 사람이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해 공모전에 나가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촉되는 사항으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초등학교에서부터 저작권 윤리의식을 내재시켜야만 우리 사회의 만연한 저작권 위반 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네이버 카페 ‘스펙업‘에 올라온 추천 공모전 진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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