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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비리로 점철된 전직 대통령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첫 사례는 노태우(86)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당시 기업들로부터 400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5년 11월 1일과 15일 두 차례 대검 중앙수사부에 나왔다. 법원은 이후 검찰이 16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두환(87)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1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이튿날 소환을 통보받았지만 불응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을 체포한 뒤 안양교도소에 수감시켰다. 그는 12·12 군사쿠데타 주도 및 5·18 광주 민주화운동 탄압 등과 관련해 군형법상 반란·내란수괴 등의 혐의를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이에 더해 1996년 1월 수천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은 함께 재판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1997년 12월 대선 직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당선인간 합의에 따라 특별사면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4월 3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640만달러(약 6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출석했다. 검찰이 소환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경북 봉화산에서 투신해 숨을 거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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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뇌물비리의 원인은 대통령이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공무상 권한을 별다른 제약없이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실효성 있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게 핵심 이유다.
일례로 검찰은 정권 핵심부의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할 임무가 있는 최상위 사정기관이지만 현실적으로 청와대로부터 독립성을 갖기는 어렵다. 행정부 소속인 검찰이 행정부의 수장이자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청와대를 관리감독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비위 의혹이 제기돼도 사실규명보다는 야당의 정치공세나 여당의 청와대 감싸기 등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이 거론된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일가 등 고위 공직자의 부패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 및 처벌하는 독립적 기구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과 검찰의 소극적 태도 등으로 공수처 신설 추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수처 도입과정에서 3권 분립 등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쟁이 있는데 이 논쟁부터 제거하고 공수처 신설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의 개헌안 초안을 보면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기관에서 분리해 독립기관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무총리 선출 방식의 경우 대통령 지명 후 국회 임명동의를 얻는 현행 방식뿐 아니라 국회에서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특별사면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안도 나왔다.
신 교수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대대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면서 “현재 논의되는 4년 중임제의 개헌안으로는 이같은 부패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