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구글 '스타디아'의 사슬 끊기

  • 등록 2019-07-25 오전 5:00:00

    수정 2019-07-25 오전 5:00:00

[김지현 IT 칼럼니스트]지난 3월 구글은 스타디아라는 게임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했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을 서버에 저장해서 구동하고 화면만 게임 사용자가 접속한 단말기에 스트리밍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기존에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게임 클라우드를 운영해왔고, 아마존과 넷플릭스도 유사한 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가 있다. 이 사업은 게임 산업의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크게 흔들어 놓는 와해성 혁신이다 보니 거대 정보통신기술(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고사양의 컴퓨터 파워나 콘솔을 필요로 하는 게임을 서버에서 작동시키고 게이머는 모니터나 TV, 노트북, 태블릿 등의 경량화한 리소스를 가진 디스플레이에서 게임을 영상 보듯이 즐길 수 있다. 유튜브나 스티치에서 게임 영상을 보다가 바로 그 게임을 클라우드에서 실행해서 즉시 참여할 수 있다. 게임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느린 노트북 사양으로 불편을 겪을 필요도 없다. 클라우드 게임은 컴퓨터 업체, 콘솔 제조사, 게임 퍼블리셔(유통사), 더 나아가 PC방, e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게임 산업의 기존 기득권을 와해시키게 될 것이다.

이처럼 2000년대에 접어들며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디지털 기술은 여러 산업 분야의 밸류 체인을 와해시켜왔다.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인해 산지에서 중간 도매상 그리고 물류센터를 거쳐 최종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이 단축되거나 와해되었다. 산지의 생산자가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자가 되어 직접 최종 소비자와 연결하게 됨으로써 중간의 미들맨(중개인)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방송국, 연예기획사, 홍보대행사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유튜브로 인해 1인 방송국 시대가 개막하면서 기존 밸류 체인이 허물어졌다.

블록체인의 등장과 함께 토큰 이코노미라는 신경제 모델의 등장은 전 세계인들이 은행 없이 송금을 하고, 증권거래소 없이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곧 기존 금융의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밸류 체인을 뒤흔들 것이다.

기술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고 이것이 일상화 되면 사용자들의 습관은 바뀌게 된다. 습관이 바뀌면 기존의 습관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던 기득권에는 재앙이 닥친다. 도로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아타고, 콜택시를 부르던 사용자들의 습관이 카카오T, 우버, 타다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게 되면 기존 습관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사업자들은 위기에 직면한다. 은행 창구에서 통장을 개설하고 금융상품을 상담 받던 고객들이 뱅크샐러드, 카카오뱅크, 토스라는 앱을 이용해 금융 서비스를 받게 되면 기존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최근 기술의 주요 키워드는 ABCD5I로 요약된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Blockchain), 클라우드(Cloud), 데이터(Data) 그리고 5세대 이동 통신(5G)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다. 더 많은 사물들 즉 자동차, 집안의 가전기기, 신호등과 폐쇄회로(CC)TV 등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로 기존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것이 클라우드에 쌓이면서 AI가 더욱 고도화되어 가면서 통신 네트워크는 5G로 진화하고, 전 세계가 보다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한 경제 생태계로 연결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카로, 기존의 자동차와 다른 구조로 판매가 이루어진다. 제조사, 판매사(딜러) 그리고 소비자로 이어지는 기존과 달리 테슬라는 직영점에서 테슬라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며, 최종 제품 주문 역시 소비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스스로 옵션을 선택해서 주문하는 방식이다. 또한 인터넷에 연결된 테슬라 자동차는 수시로 업그레이드 된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이 개선되는 과정이 소프트웨어로 통제된다. 테슬라를 운행하며 쌓인 데이터가 테슬라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안전운전과 자율주행 등을 위한 차량 AI가 고도화되어 이것이 고스란히 테슬라 차량의 업그레이드에 적용된다.

구글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이 콘트롤러. (사진=이데일리DB)
이 과정에서 기존 자동차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와 밸류 체인이 형성됨으로써 자동차 산업의 이해관계자들도 바뀌게 된다. 기존 자동차의 경우 차량 제조사에 하청하는 부품 제조업체와 딜러 그리고 카센터, 중고판매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동차 산업의 밸류 체인에 속해 비즈니스를 공고히 해왔다. 하지만 테슬라의 밸류체인은 이와 다르고 당연히 이해관계자들도 기존보다 적거나 없다. 그런 만큼 기존 밸류 체인에서 돈을 벌던 기업들은 새로운 밸류 체인 아니 기존 밸류 체인을 와해하는 비즈니스가 좋을 리 없다. 그렇다보니 저항하고 거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종 소비자의 선택이 기존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면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기업에게는 재앙이다.

이처럼 기술이 기존의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화석화한 산업 구조에 철퇴를 내릴 것이다. 밸류 체인의 사슬을 깨뜨리면서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고 그 과정에 기존 습관에 얽매여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위기를 겪고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데 도전하는 기술 기업들은 사업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

우리는 기존 사업의 성공공식에 갇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재의 밸류 체인을 지키기 위해 진입장벽을 쌓으려 노력하며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신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더 나은 고객경험을 제시하면서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적극 나서려는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자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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