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 文 전지역 1위 열쇠…反文정서 있지만 反洪도 강했다

대구 시민들, 반문정서 인정하면서도 洪에 거부감 나타내
"홍준표, 대통령 깜은 아니다…정권교체 필요" 중장년 층도
2030은 文 지지성향…"홍준표는 대통령전에 사람부터 돼야"
  • 등록 2017-05-09 오전 5:28:00

    수정 2017-05-09 오전 9:59:49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정권 한번 바뀌어서 청소 한 번 해야 한다. 투표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윤모(79)씨가 전한 말이다. 윤씨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민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50대 이상은 홍준표를 대부분 지지한다”면서도 “(정권교체를 통해) 4대강, 방산비리 같은 것들을 일단 손 좀 봐야 한다”고 답했다. 전체적인 대구지역 중장년층 민심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에 기울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통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홍준표, 대통령 깜은 아니다” 60대 이상서도 洪 거부감

전 지역에서 지지율 1위 득표를 목표로 하는 문 후보에게 TK(대구·경북) 지역 민심은 마지막 관문이다. 문 후보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의식해 진보성향 정당 대선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첫 현장유세를 대구에서 시작했고 공식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에도 대구를 찾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 갤럽이 공표 금지 기간 전인 지난 3일 마지막으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는 전 지역에서 지지율 1위를 나타냈지만 TK지역 만큼은 22%로 27%를 차지한 홍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뒤 같은 기관의 4월 4주차 조사에서 TK지역 지지율 31%를 기록하며 첫 1위를 했지만 한 주 만에 그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대구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너도나도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홍 후보에 결국 한 표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장에서 기자가 실제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대구지역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인정하면서도 만만치 않게 반홍(반홍준표)발언을 쏟아냈다.

김모(62)씨는 “홍준표가 서문시장 왔을 때 한 번 봤는데 대통령 깜은 아니더라”면서 “국가 지도자라면 카리스마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누구가 죽으면서 뇌물줬다고 해서 재판받고 있지 않느냐”고 뇌물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점도 지적했다.

강중구(40)씨 역시 “어르신들이 ‘홍준표를 찍어라. 유승민은 대구를 떠났다’ 이런 말씀들을 하시긴 한다”면서도 “대구 사람도 홍 후보에 돌맹이를 던진다. 성추행이다 뭐다 그래서 분위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지난 2005년 발간한 ‘나 돌아가고 싶다’ 자서전에 쓴 ‘돼지발정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문재인은 안 된다는 시민들도 여전히 있었다. 박정혜(70·여)씨는 “문재인이 되면 북한 다 퍼준다고 나쁜 놈이라고 난리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문재인도 잘 못 하면 날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뭐 복지 한다고 하는데 돈이 어디 있나. 세금을 떼고 해야 주지”라며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을 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대구 반월당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K서도 젊은 층은 문재인…2030 “사전투표, 대부분 文 찍었다더라”

2030 세대에서는 반홍 정서가 더욱 두드러졌다. 오히려 홍 후보가 “대구·경북 사람들은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안한다”고 날을 세웠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눈에 띄었다.

박모(32)씨는 “친구들은 대부분 문재인 아니면 유승민을 지지한다”며 “대구와 경북도 어른들을 빼고는 많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준표는 일단 젊은 층 지지에서는 빠진다”며 “50대 이상의 구여권에 대한 동정표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첫 투표에 나선다는 대학생 박주혜(20·여)씨 역시 “20대에서는 문재인도 있지만 유승민과 심상정이 많은 지지를 받는다”며 “TV토론 뒤 여자들은 심상정을 남자들은 유승민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에 대한 젊은 층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막말이나 여성비하 등 때문에 홍준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모(27·여)씨 역시 “홍준표가 되면 이민을 가버리겠다고” 농담을 하면서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사람부터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나도 그렇고 우리 또래는 문재인 생각을 많이 한다”며 “사전투표 한 사람들은 대부분 문재인을 찍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오히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홍 후보에 대한 거부감으로 투표 자체를 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다. 우모(68)씨는 “사전투표를 보면 보수들이 홍준표 찍기는 부끄러워서 대구 투표율이 적게 나온 것 같다”며 “보수 중에서도 이성이 있다면 홍준표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자가 이처럼 직접 대구 시민들을 만난 결과 홍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았다.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들보다 오히려 홍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이들이 한층 많았다.

이같은 민심의 흐름 속에서 문 후보가 진보정당 후보로 TK 지지율 1위라는 기적을 달성할지 홍 후보가 보수의 아성을 수성할지 관심이 쏠린다. 결국 9일 투표함을 열어봤을 때 TK에서 웃는 자는 누구일까.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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