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종교인 과세하면 대혼란 온다고?

김진표 "내년 시행하면 불 보듯 갈등·마찰 일어날 것"
"구체적 시행기준 미비"→팩트, 기재부 "연말 보완"
"과세하면 대혼란"→"미루면 대혼란, 與 지지율 폭락"
반발 속내는 '투명 과세' 부담 때문..국민 71% "과세"
  • 등록 2017-08-11 오전 5:00:00

    수정 2017-08-11 오전 10:46:28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종교인 과세 유예를 놓고 논란이 불붙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대표발의) 등 여야 국회의원 25명이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종교인 과세가 2020년 1월로 미뤄진다.

이들은 발의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과세 시 마찰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2년 유예로) 과세당국과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걸쳐 철저한 사전준비를 마치고 충분히 홍보해 처음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법이 연착륙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표 의원은 “(내년에 시행하면) 불 보듯 각종 갈등,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대혼란이 오는 것일까.

“종교인 과세, 구체적 시행기준 미비”→팩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인수위원회 성격으로 문재인 정부 5년의 ‘100대 국정과제’를 만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종교계에 그런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 의원과 유예안을 놓고 수차례 논의한 개신교 목사들의 입장이다. 이들 목사들도 25명의 의원들처럼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누가 종교인 과세 대상인지, 어디까지를 과세 대상으로 볼지 애매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 목사들 주장의 핵심이다.

내년에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인 소득세법(21조)에 따르면 종교인 소득은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 종교 관련 종사자로서의 활동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을 뜻한다.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41조)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 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종교 비영리법인에 소속된 목사·스님 등이 얻는 소득에 세금이 부과된다.

이들 목사들은 비영리법인에 속하지 않는 종교인의 소득, 종교단체가 아닌 곳에서 받은 소득을 놓고 ‘과세 사각지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무당, 암자 등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소규모 교단이나 단체가 너무나 많은데 불과 몇 개월 만에 과세하는 등록 절차를 다 할 수 있나”라며 “복채, 사례비 등 다양한 형태의 종교인 소득이 있는데 어디까지를 과세 대상 소득의 범위로 볼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과세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세법 상 건설 일용직 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처럼,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도 행정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아예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닌 셈이다.

과세하면 대혼란? “과세 안 하면 대혼란”

9일 개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진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전재수·백혜련 의원이 공동발의를 철회해 발의 의원 수는 25명(10일 오전 기준)으로 줄었다. [출처=기획재정부, 국회]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가 법 시행을 미룰 정도로 혼란이나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을 따르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마태복음 22장21절) 주면 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과 함께 하반기 중으로 비영리법인이 아닌 곳, 소득 과세 범위에 대한 매뉴얼을 자세히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일반 직장인들처럼 소득이 생기면 원칙적으로 세금을 다 낸다고 보고 종교인들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종교인 과세를 내년에 시행하지 않으면 파장이 클 것이란 반론이 나온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내년 지방선거에는 적폐청산 프레임이 강할 것”이라며 “종교계를 기득권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민주당이 유예 법안을 처리하면 지지율이 급락하고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2014년 11월20일)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 의견이 71.3%에 달했다.

이미 여론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 발의에 참여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사무실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홍근·백혜련·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공동발의를 철회했다. 발의 의원 수는 25명으로 줄었다. 남은 의원들은 주로 개신교 장로·집사를 맡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유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내년에 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종교인들이 혼란·마찰·갈등을 언급하는 건 모든 거래 내역이 드러난다는 부담감 때문”이라며 “유리지갑 직장인들은 꼬박꼬박 세금이 떼이는데 종교인들만 유독 수십 년간 유예해 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 투명한 공평과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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