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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지원법)을 시행한 2013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70곳에 불과하다. 연평균 10개꼴에 그친다. 미국 1600개(2010~2016년), 유럽연합(EU) 160개(2016~2018년), 일본 724개(2015년)와 대비된다. 유턴 결정의 관건인 대기업과 중소·중견업체 간 협력이 배제된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물량보장으로 협력사 국내 유턴 유인
LG전자가 24일 제시한 협력업체 유턴 지원 방안은 기존 정부 주도 유턴지원과는 차이가 크다. 우선 민간업체가 필요에 의해 협력업체의 유턴 지원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제품의 설계·생산·유통·판매 등이 여러 나라에 걸쳐 이뤄지는 국제 분업을 토대로 한 글로벌밸류체인(공급망)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LG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불안한 공급망을 새로운 사업 리스크로 판단했다. 앞서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LG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안정적 부품 조달 공급망의 구축을 위해 생산전략을 재점검하는 중이다”면서 “핵심소재부품의 특정지역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화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소협력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협력사에)인력 및 기술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유턴하는 기업에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 신기술·신공법을 적용한 부품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국내로 돌아올 경우 여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대기업이 할 수 있는 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LG전자의 파격 지원에 또다른 협력업체에서도 국내 유턴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자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저렴한 단가에 부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결국 해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부품가격이 올라도 대기업이 매입물량만 보장해 준다면 국내 복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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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4배 이상 높은 한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 제품 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자동화설비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과거보다 인건비가 절감할 수 여지가 커졌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유턴기업이 보다 늘어나려면 정부가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기업이 협력업체간 유턴 협력모델을 제시할 경우 다양한 지원책을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급망 연계와 무관하게 유턴정책을 펼쳤다면 이제는 수요기업과 유턴기업간 연계가 될 경우 지원책을 늘릴 방침이다”면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세제, 예산 인센티브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기업이 해외 협력사의 국내이전을 지원한 경우에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이를 평가요소로 고려하는 방안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국내 유턴 협력업체에 지원하는 상생안을 마련한 기업은 최대 ‘직권조사’ 면제 해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장석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산업기술정책연구센터장은 “국내 산업은 갈수록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데 불안정한 공급보다는 협력업체와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만들고 공동 연구개발(R&D)를 늘리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며 “정부 역시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과거와 달리 유턴기업들이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