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퇴자의 아내가 풀어놓은 독백은 우리네 부부들이 흔히 하는 실수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자식의 장래에 대해서만 걱정을 했지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선 일언반구 대화가 없다는 얘기다. 정작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 이후 삶의 무게는 더없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부부 중 한 사람만 재무적 의사결정에 참여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4일 ‘은퇴에 관한 부부의 7가지 실수’ 보고서에서 은퇴준비와 관련해 부부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들을 제시했다.
보고서에서 비은퇴자 10명 중 7명이 은퇴 후 필요한 소득이 얼마인지 계산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배우자 유고 시 홀로 남을 배우자의 노후생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부부는 또 돈 문제에 대해 거의 상의하지 않거나(5%), 급할 때만 대화를 나눈다(35%)고 답했다. 부부 5쌍 중 2쌍은 돈 문제를 거의 상의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화를 나누지 않는 이유로는 ‘한 사람이 알아서 관리하기 때문에’(65.8%)가 가장 컸다. 연구소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면 갈등과 오해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그 배우자의 유고 시 재무 관리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은퇴 부부가 노후에 ‘의료비를 별도로 마련하는 경우’는 34%에 불과했다. 특히 ‘장기간병비 마련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55%에 달했다.
◇은퇴준비를 돈 문제로만 생각
또 자녀가 있는 비은퇴자 가구의 67%는 ‘노후준비가 어렵더라도 자녀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은퇴 준비가 시급한 50대의 경우 자녀 교육비로만 1억 269만원을 지출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많은 자녀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은퇴준비는 단순한 재테크가 아니라 전반적인 생애설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막연한 계획보다는 은퇴의 현실과 각자의 사정을 고려한 실질적인 계획과 준비, 그리고 배우자와의 대화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