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서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수주 경쟁 과열로 상식 수위를 넘어선 향응 제공과 건설사간 상호 비방이 난무했다. 수주에 실패하면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야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왜 건설사들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조합원들을 떠받들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이 되는 사업에 기업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마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사람 마음이 다른 것처럼 시공사로 선정되고 공사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 건설사가 적지 않았다. 수주를 위해 “우리를 믿어달라”며 호소하지만 정작 선정 이후에는 갑을 관계가 바뀌곤 한다. 입찰제안서에 제시했던 것보다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하는 등 조합원들의 손실을 요구하는 것이 이제까지 우리가 봐왔던 대표적인 행태다.
시공사와의 줄다리기로 사업기간이 지연되면 손해를 보는 쪽은 조합이기 때문에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요구도 울며겨자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조합 집행부간 ‘짬짜미’ 의혹도 제기됐었다. 검찰은 작년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을, 올해는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 과정에서의 조합 임원 금품수수 등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말로만 ‘공정 경쟁, 원칙 준수’를 외칠 때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버려야 비리의 온상이라는 굴레를 벗을 수 있다. 고급화된 건축물만큼이나 선진화된 건설문화가 절실하다.
정부도 건설산업이 낡은 전통산업에서 신성장 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도울 책임이 있다. 국민들에게 18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책임진 주인공이 건설업계다. 업계가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시 법 규정 정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