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관영업 큰 장 선다…6개 공기업 주거래은행 ‘쟁탈전’

내달부터 순차 절차 착수…600조 국민연금 이어 ‘80조’ 금고은행 시장도 열려
  • 등록 2017-10-23 오전 6:00:00

    수정 2017-10-23 오후 6:58:40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은행 기관영업의 큰 장이 선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 6개 주요 공기업이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주거래은행 선정 절차에 착수한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데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옥죄기에 들어가면서 은행대출을 늘리기가 어려워지자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이나 대학·병원·공항 입점을 따내기 위해 서로 뺐고 뺐기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수력원자력·전력거래소·한국산업인력공단·창업진흥원 등 4개 공공기관이 주거래은행을 새로 뽑아야 한다. 여기에 예탁결제원은 교환대행 업무를, 대한적십자사는 통일기금 조성 및 운영을 맡을 은행을 각각 선택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로는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전라북도·제주특별자치도 등 5개 지자체가 금고은행을 선정한다. 또 대전지방법원·청주지방법원·천안지원·충주지원·공주지원 등 5개 법원에서는 수납은행에 대한 적격성 심사 및 공개경쟁 입찰을 받는다.

서울시는 연간 40조원으로 중앙정부 예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최대 자치단체다. 우리은행은 서울시와 관련한 모든 세수를 관리하는 ‘제1금고’다. 인천시는 신한은행이 1금고로 시예산은 9조원 수준이다. 세종시(1조2500억원)와 전북(5조원), 제주(5조원) 3곳 모두 금고은행은 NH농협은행이다. 이들 5개 지자체의 일 년 예산만 60조원이 넘는다.

연말까지 지자체 54곳 금고계약 만료…내년에도 16개 기관 추가

각 시중은행은 기관영업에서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다르다. 우리은행은 102년간 서울시 주거래은행 역할을 수행하면서 서울권 뭉텅이 영업을 장악하며,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시작된 2010년 이전 서울 및 수도권에 본사를 뒀던 한국전력·수력원자력·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89개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을 담당할 정도로 이 부분 절대강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방이라는 특성상 NH농협은행은 지자체 금고은행에서, 신한은행은 공탁금 등 법원 수납은행에서 각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법원에 의하면 작년 한해 전국법원에 접수된 금전 공탁금 규모는 8조5500억원이다. 9조원에 근접한 전국법원 공탁금 중 신한은행이 관리하는 비중은 74%에 달한다.

당장 올해 12월말까지 대전광역시·강원도·충청북도·전라남도 등 광역자치단체 4곳과 기초자치단체 50곳 등 54개 지자체 금고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광역단체의 금고 규모도 △전남 6조3000억원 △강원 5조4000억원 △충북 4조8000억원 △대전 4조1000억원 등 예산만 21조원에 육박한다.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는 이유다.

주거래은행이 되거나 공항 등에 점포를 내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대까지 운용자산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해당 기관 임·직원을 고객군으로 붙잡을 수 있어 은행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 기관영업은 개인 및 기업대출 중심의 기존 은행영업 행태에 비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분류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 기관영업 경쟁이 격화할 것이 분명하지만, 뺏기느냐의 관점보다는 누가 얼마나 자신들의 텃밭을 수성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전주 본사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수성(守成) vs 공성(攻城)”…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後 ‘특정은행 독점지위’ 문제인식 퍼져

새 정부 출범 이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공공기관과 지자체, 정부에서 장기간 특정은행에 부여해온 독점적 지위 보장이 문제가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종전의 사업권자를 교체하려는 분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소매금융에서 우위인 KB국민은행이 기관영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국민은행은 신한은행이 5년째 운영해온 경찰공무원 대출 주거래은행 자리를 따냈다. 이에 신한은행은 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KEB하나은행이 5년간 독점해왔던 공항 상업시설 내 영업점·환전소 운영권을 차지하며 만회에 나섰다. 하지만 16일 다시 우리은행에 10년 동안 유지해온 국민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 지위를 내줬다.

국민연금은 기금적립금이 600조원을 돌파하고 가입자가 2183만명에 이르는 국내 최고이면서 세계 3위 연기금이다. 이번 주거래은행에 이어 국민연금이 진행하는 국내외 주식·채권과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수탁업무 수행 은행 입찰에도 이미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게다가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고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얘기까지 나오면서 시중은행들의 영업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인터넷 전문은행이 하기 힘든 업무인 기업금융과 기관영업에 은행들이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면 채널이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업금융을 하지 않는데, 기업금융은 대면 접촉이 필수이고 현장 및 회계 실사를 할 심사역도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기관영업 역시 대면 채널이 필수다. 주거래은행과 해당 기관의 제휴 및 업무협조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주거래은행 선정 과정에서 실사를 받을 전문 인력과 조직도 갖춰야 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출혈 경쟁보다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할 수 없는 은행영업에 눈을 돌리면서 기관영업 시장의 쟁탈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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