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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처 관계자는 “민생과 얼마나 직결되냐는 시급성이 아닌 한글 자음 순서로 법안을 상임위원회에 올렸다”며 “법 개정이 지연되면 많은 국민들이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법안명이 자음순서 뒷자리라는 이유로 논의대상에서 밀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입법부인 국회의 직무유기 탓에 정부부처에서 정책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겪는 고충은 상당하다. 어렵게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만들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정책과 법안 자체가 아닌 국회 자체의 문제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실기(失起)하거나 아예 어렵게 만든 정책이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A경제부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어렵게 상임위나 소위가 열려도 본업인 법안 논의는 뒷전인 채 법안과 관련없는 정치 이슈를 둘러싼 다툼 끝에 소득 없이 회의가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50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결산해 심의하는 중요한 회의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반복됐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부처 장관이 전원 참석했으나 예산 심의는 실종된 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한 여야간 공방만 이어졌다.
또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경제가 나쁘다고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면서 막상 경제회복을 위해 어렵게 만든 법안 통과는 외면하는 국회를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