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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깔끔한 나무쟁반에 올린 뽀얀 달항아리가 보인다. 볼륨감 빵빵한 둥근 달항아리가 아니다. 판판하게 눌러낸 ‘납작 달항아리’다. 매끈한 그 표면에 꽃가지를 꺾고 잘 익은 석류열매를 쪼개 올렸다.
이 정갈한 상차림에 붙은 이름은 ‘축하연’(Celebration·2019). 작가 승지민(54)이 솜씨 부려 차려낸 다과상이라고 할까.
한결같은 주제가 있다. 여성성이다. 단순히 외형만이 아니다. ‘생명을 잉태하는 능력’에까지 닿아 있는 거다. 석류가 그 한 예. 예로부터 씨가 많은 과일인 석류는 부귀와 다산의 상징이지 않았나. 달항아리를 즐겨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작가는 “볼록한 실루엣이 생명을 품는 여성을 표현하기에 더 없이 적합하다”고 말해온 터다.
2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생명을 품은 달항아리’에서 볼 수 있다. 나무쟁반에 채색도자. 70×60×3㎝.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