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어느 때보다 초격차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을 이끈 일등공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통상적으로 수 조원의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총수 없이는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조원 들어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어쩌나
7나노 공정을 비롯해 새로운 공정 기술이 나올 때마다 장비 교체에 들어가는 재원만 해도 적지 않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증설 여부에 대한 결정도 전적으로 총수 몫이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의 경우 충남 아산 소재 탕정사업장에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투자 결정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공장에는 8조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두 사업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지만,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업의 특성상 총수의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현재 구축 중인 평택 고덕단지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총수의 결재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에 밀리고 中 쫓아오고..스마트폰도 위기
삼성전자의 캐쉬카우 중 하나인 스마트폰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에게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데다, 중국 업체들은 가열차게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은 시장점유율 17.9% 기록해 삼성전자(17.8%)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렸다.
같은 기간 화웨이, 오포, BBK 등 중국 업체 3곳의 판매량 합계는 21.3%로 삼성전자 점유율을 넘어섰다. 안술 굽타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 3분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갤럭시노트7 생산 및 판매 중지 결정이 삼성의 4분기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판매 둔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고와 전량 리콜 등으로 타격을 입은 삼성은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선보여 빼앗긴 1위 자리를 되찾아와야 하는 상황이다. 총수 부재는 부활을 노리는 스마트폰 사업에게는 악재다.
이 밖에 삼성중공업(010140) 등 경영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나 공격적인 경영에도 제약이 생길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나 롯데 등 국내 대기업과 앞서 치른 빅딜도 오너의 결단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본다”며 “오너의 부재는 이런 거래(딜) 추진 자체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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