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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에도 삼성전자의 내부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작년 최대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 호황이 조만간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없는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최대 실적날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슈퍼사이클’ 힘입은 반도체 전체 실적 견인
삼성전자는 2017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5조 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9일 발표했다. 이는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으로 매출은 전 분기(62조 500억원) 대비 6.37%, 전년 동기(53조 3300억원) 대비 23.76% 각각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14조 5300억원) 대비 3.92%, 전년 동기(9조 2200억원) 대비 63.77% 각각 늘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부문별 실적 전망에 따르면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에서는 반도체 분야가 매출 21조 4000억원, 영업이익 10조 9000억원, 디스플레이가 매출 10조 5000억원, 영업이익 1조 700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 1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인터넷 모바일) 부문 실적은 매출 25조 7000억원, 영업이익 2조 5000억원 가량으로 예측된다. 또 CE(소비자 가전) 부문은 매출 12조 3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 안팎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 DS부문이 이번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끌었다”며 “IM 부문은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와 부품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다소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1분기, 비수기 영향 상승세 둔화…연간 실적은 ‘맑음’
새해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이란 업계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연초 비수기에 접어들며 매 분기 연속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가파른 상승 흐름은 한풀 꺾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는 매출 63조 4243억원, 영업이익 15조 818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은 약 4%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2018년 연간 실적 추정치는 매출 270조원, 영업이익 66조원 수준으로 올해 기록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넘어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