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피해자, 아이폰…박원순 사태를 둘러싼 쟁점 세가지

사후에도 박 전 시장 성추문 의혹 ‘일파만파’
피해 호소인·피해자 사용 놓고 날선 신경전
서울시 고소 사전 인지여부 따라 사안 커질 듯
휴대전화 속 메시지 등 주목…검·경, 수사 돌입
  • 등록 2020-07-18 오전 6:30:00

    수정 2020-07-18 오전 6:30:00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뉴스가 한 주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사상 초유로 현직 서울시장이자 여권 내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유고(有故)로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 이유를 두고 논란이 더욱 커지는 양상입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성추행 의혹이 한반도 전체 이슈를 뒤덮으며 진영 논리에 함몰된 정치권은 물론 국론마저 분열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시장의 실종 직전 행적과 관련 ‘사건의 재구성’에 나서며 갖가지 추측과 의혹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흡사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제 공은 검·경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데일리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주요 논란과 쟁점 등을 짚어봤습니다.

◇피해 호소인·피해자 용어 지칭 논란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서울시 직원)이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말한 적은 없다. 내부에서 접수되고 조사 등이 진행되는 스타트 시점에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의 발언)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 여비서를 두고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이 혼동돼 쓰이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아직 고소인 측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 호소인으로 통칭한 이유를 들었습니다. 다만 서울시와 민주당은 논란이 커지자 명칭 의혹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인 17일 고소인을 피해자로 부르기로 했다고 입장을 돌연 선회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곽상도, 이주환 의원 등 원내부대표단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과 관련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항의 방문,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미래통합당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언론이나 피해 호소인이 접촉한 여성단체의 주장만을 접하고 있다. 아직 성추문 관련 의혹이 명확하게 확인된 바가 없다”며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이 꾸려지면 명명백백 진실 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여성단체나 정치권, 시민들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 자체가 박 시장과 관련한 의혹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지나치게 자기 방어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무엇보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은 그동안 사용한 전례가 없었는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합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A씨를 대리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A씨를 “위력 성추행 피해자”로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해당 용어를 다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민들의 분열과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고소사실 서울시에 전달했나

이번 사태에서 가장 쟁점 사항은 서울시가 사전에 성추행 고소 관련 정보를 언제, 어떻게, 누구를 통해 입수했는지 여부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자칫 권력기관 간 사전 정부 유출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소인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진 8일 오후 4시 30분. 그 시각 이전에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이미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박 전 시장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시장이 행적을 감추기 직전인 9일 오전에 공관에서 마지막 만남을 갖고, 같은 날 오후 1시39분 께 마지막 통화를 한 사람도 고한석 비서실장이었다는 점도 이미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황인식 서울시대변인 지난 15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 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일각에서는 경찰이나 청와대를 통해 고소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수습 내지 무마하기 위해 먼저 움직였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박 전 시장을 보좌하는 정무라인에서 여성 시민단체 등 외부로부터 이를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 등을 통해 사전에 정부를 입수했다는 것은 정말 억측에 불과하다”면서 “박 전 시장이 실종된 당일인 9일 오후까지만 해도 실국장 라인에서도 이에 대한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관련 고소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다만 사전 정보 유출 문제을 규명할 경우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진실도 함께 밝혀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경찰과 검찰은 관련 수사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7일 경찰청·청와대·서울시청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으로 접수된 고발 5건을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에 배당했습니다. 형사2부가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맡기고 지휘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박 전 시장과 그가 임명한 시청 정무라인측 인사들이 지난 8~9일 누구와 어떤 연락을 주고, 받았느냐가 핵심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이폰이 잠금 해제, 사건 해결 실마리 될 듯

박 전 시장이 생전에 연락을 주고 받았던 스마트폰이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실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스마트폰은 2018년 11월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XS 기종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스마트폰에는 그가 잠적을 감추기 직전까지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피고소 사실을 알게 된 경위나 시점 등도 유추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앞서 17일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채 발견된 장소에서 나온 휴대전화 1대와 그의 개인 명의로 개통된 2대 등 총 3대에 대해 통신영장을 신청했지만 “강제수사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법원이 기각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화면을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박 전 시장 휴대전화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또 있습니다.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이 A씨에게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텔레그램 메시지나 카톡·전화 목록 여부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텔레그램은 현존하는 메신저 프로그램 중 보안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비밀 대화방에서 사용한 메시지는 복원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가 잠금 기능으로 설정돼 있어 해제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가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의 아이폰X 암호를 푸는 작업에 돌입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풀지 못할 정도로 잠금 해제 작업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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