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창올림픽 ‘북한 선전장’ 돼선 안된다

  • 등록 2018-01-19 오전 6:00:00

    수정 2018-01-19 오전 6:00:00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남북은 그제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금강산 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등에도 합의했다.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팀의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힌 이후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까지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북한은 이로써 선수단 10~20명과 응원단 230여명을 평창에 파견하게 됐다. 140여명에 이르는 삼지연관현악단과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고위급 대표단 등까지 감안하면 50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된다.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함께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아연 훈풍을 타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반도기를 앞세운 공동 입장과 단일팀 출전 방안이 논란을 낳고 있다. 올림픽 개최국이 자기네 국기를 들지 않고 입장한 전례가 없고, 단일팀은 우리 선수들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게 쟁점이다. 과거에도 한반도기가 아홉 차례나 사용됐다고 하지만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도 엔트리를 늘려 우리 선수들의 참가를 보장할 방침이라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 여부와 별개로 다른 참가국이 반대하고 있어 관철이 쉽지 않다. 설령 허용된다 해도 우리 선수들의 출전시간 단축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사전 여론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선수단에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대회 직전에 밀어붙인 것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정치적 횡포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뒤늦게 선수촌까지 달려가 선수들을 포옹하며 다독였지만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온 그들의 노력이 그 정도로 보상될지는 의문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바다. 게다가 한반도 긴장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러나 ‘남남 갈등’을 심화시켜서야 올림픽의 성공이든 남북관계 진전이든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참가는 백번 환영한다 쳐도 여전히 핵을 한 손에 들고 있는 북한의 체제 선전장으로 이용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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