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구성훈 삼성證 사장의 '발로 쓴 반성문'

  • 등록 2018-04-17 오전 5:00:00

    수정 2018-04-17 오전 7:28:10

지난 14일 삼성증권 ‘자성결의대회’에서 구성훈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참석 임직원 전원이 사죄의 반성문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 삼성증권)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위기는 예고 없이 닥친다. 그래서 뜻밖의 위기를 만나면 당황하고 고통스럽다.’

삼성증권이 대형 사고를 쳤다.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해 유령주식 28억 3000만주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16명의 직원이 30여 분간 501만주(약 2000억원 규모)의 유령주식을 팔아 치우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내부 시스템 결함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친 사고인 셈이다. 신뢰가 생명인 증권회사에서, 그것도 국내 톱 3에 드는 대형 증권사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50대 ‘젊은 삼성’의 대표 주자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대표이사·사진)이 취임 한 달도 안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가장 중요한 임무였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을 시작도 해보기 전에 배당사고 뒤처리로 연일 금융당국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구 대표는 사고 발생 직후 초기대응이 미흡했다.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이 주식을 판 직원들의 책임론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주면서 질책이 이어졌다. 구 대표의 퇴진 요구도 거세졌다. 구 대표는 “워낙 수습에 정신이 없어서 일부 놓친 점이 있는 것 같다”며 “사과문은 매도한 직원뿐 아니라 경영진을 포함해 회사 자체의 사과까지 당연히 포함된 것인데, 표현이 서툰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구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다소 잠잠해지고 있다. 사후 수습에 구두가 닳도록 뛰어다니는 구 대표를 두고 진정성이 엿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구 대표는 피해 투자자 구제방안이 확정되자마자 투자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를 하고 있다.

피해 투자자에게는 최대 보상을 결정했다. 삼성증권은 사고 당일인 6일 오전 9시 35분 이전에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 중 하루 동안 주식을 매도한 모든 개인 투자자에게 당일 주가 최고치(3만 9800원)를 기준으로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서울 서초금융연수원에서 구 대표를 비롯한 임원과 부서장 200여 명이 모여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문을 쓰는 자성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사건 당일 주식을 팔지 않았더라도 주주 가치 훼손으로 피해를 본 기존 주주들이나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 보상 문제가 남아 있다. 이들이 이번 사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나서면 보상 문제는 복잡해질 수 있다. 유령주식 매도 주식의 결제 이행을 위한 거래 손실과 개인 투자자 배상액 등의 직접적 손실액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평판이나 신뢰도 저하, 금융당국의 제재 등은 사업 기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검사 기간을 당초 11~19일(7영업일)에서 11~27일(13영업일)까지로 연장하고 검사인력도 8명(팀장 1명 포함)에서 11명(팀장 2명 포함)으로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증권의 주식 착오입고 과정 및 처리 내용, 사고 후 대응 조치 지연 등을 상세하게 파악하기 위함이다.

삼성증권과 거래하던 기관들의 잇따른 거래 중단 방침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배당사고 직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삼성증권에 대한 직접운용 거래를 중단했고, 기획재정부는 삼성증권의 국고채 전문딜러(PD) 자격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외화채권매매 거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법인과 리테일 등 삼성증권의 각종 사업에서 점유율 하락 등 실적악화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미래성장 전략도 문제다. 특히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중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구 대표의 경력에 크게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 대표는 주변 평가에 흔들릴 시간이 없다. 이제 막 닻을 올린 구성훈호가 침몰하지 않고 순항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갖고 최선의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빛 난다고 했다. 과거 그의 화려했던 리더십이 거품이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때다.

구성훈 대표는

1961년생인 구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7년 제일제당 공채로 입사해 삼성그룹의 일원이 됐다. 그는 1993년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겼고 1998년에는 삼성생명에 합류했다. 이후 삼성생명 투자사업부장 상무, 재무심사팀장 상무, 투자사업부장 전무를 거쳐 2012년 자산운용본부장 부사장에 올랐다. 2015년에는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에 취임했다. 삼성자산운용 대표 시절 수탁고를 123조에서 221조까지 늘리면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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