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세상 놀라게 할 수도…연내 3차 회담도 가능"

[인터뷰②]신기욱 美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겸 아·태 연구소장
"싱가포르 선언보다 진전된 결과 나와야 협상 동력 이어갈 것"
"판 깨기엔 너무 멀리 와…빅딜·정치적 선언 중간 수준 합의 예상"
  • 등록 2019-02-22 오전 5:00:00

    수정 2019-02-22 오전 5:00:00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올해 안에 제3차 북·미 정상회담도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신기욱(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겸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은 20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대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알맹이가 없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성상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 소장은 “하노이 선언이 싱가포르 선언보다는 진전된 결과가 나와야만 어렵게 만든 대화와 협상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협상 동력을 끌어가기 위해 3차 정상회담을 연내 추진할 것이란 게 신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연락사무소 설치는 하노이 회담에서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양 정상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3차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부턴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정국’으로 접어드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3차 회담 자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신 소장은 “미국이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슈에 집중하기 어렵다. 만약 가시적인 성과까지 없다면 야당의 정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협상의 동력을 이어갈 ‘정치적 공간’을 만들려 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만약 3차 회담이 성사된다면 제3국이 아닌 평양이나 워싱턴D.C.가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10월엔 “결국 나와 김 위원장은 미국 땅과 그들(북한) 땅에서 많은 만남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셔틀 회담’ 가능성을 내비쳤다.

스티브 비건(오른쪽)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소장 신기욱)가 주최한 북한 관련 강연 직후 신 소장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빅딜’과 ‘정치적 선언’의 중간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판을 깨기에는 양쪽 다 이미 멀리 왔다. 매몰비용도 엄청나다. 그렇다고 갑자기 하노이에서 소위 ‘빅딜’에 이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중간 수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미 협상은 ‘톱 다운’ 방식이다. 최종 결정은 양 정상의 회담에서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지는 말하기 어렵다. 지금 언론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예상은 추측 수준에 불과하다.

-스몰딜 우려가 만만찮다.

△일각에선 핵은 놔두고 ICBM 등 장거리 미사일 문제만 다룰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핵 문제를 비켜갈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북(對北)제재 완화 또는 해제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당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거세기 때문에 쉽사리 제재를 해제하거나 완화하기는 어렵다. 결국, 미국 내 회의론자들을 정치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북한이 취하지 않는 한 당근을 쥐여주기는 어렵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교감을 이룬 것 같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기본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하노이 회담에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을까 싶다. 하노이 회담의 최대성과 중 하나로 포장될 수도 있겠다.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

△북한으로선 미국 정치의 심장인 워싱턴에 사무소를 세우면 직접적인 정보 수집이나 미국 정관계 인사와의 접촉도 가능해진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양국 관계 정상화로 가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업적으로 치장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가능할까.

△개성공단 재개보다는 수월할지 몰라도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최소한이라도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지 않는 한 선제조치로서 금강산 관광재개는 어렵다고 본다.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와 연동돼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북한이 핵 신고를 할 것으로 보나.

△대략적인 비핵화 시간표나 로드맵이 나오기 전에 일부라도 핵 리스트를 먼저 공개하긴 어렵다. 만약 북한이 100% 다 공개할 정도로 미국을 믿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령 80%만을 공개했을 때, 미국이 자체 정보력에 의하면 50%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북한은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완전한 비핵화는 어렵다고 보고, ‘관리’ 수준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아직은 관리로 방향을 트는 것이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결국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이점을 시사할 경우 정치적인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그런 논의를 할 시점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의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압박할 것이다. 그럼에도,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는 길고 험한 여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현 행정부에서는 어느 정도의 진전을 ‘해결’ 또는 ‘승리’라 선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북한도 이점을 노리고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미국이 대선정국으로 접어들면 비핵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 상반기가 매우 중요하고,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다. 일단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슈에 집중하기 어렵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야당의 정치 공세도 거세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이점을 잘 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 (political space)를 만들려 할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북·미 간 신뢰부족 아닌가.

△결국 외교도 정치로 귀결된다.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단아’이기에 가능했던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 합의한 사안들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합의한 사안들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 휴짓조각이 되었던 경험을 북한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신기욱 소장은…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주립대에서 사회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스탠퍼드대 인문사회과학대 교수로는 첫 한국인 종신교수로 부임했다. 2005년부터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다. 2006년부터 연 2회 한·미 정책포럼을 열어 한·미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데 힘쓰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전략적 인내’ 대신 ‘관여’ 정책을 강조해 온 인물로, 최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강연회를 주최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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