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SRE][Worst]'부진의 늪' 롯데쇼핑…막 오른 등급하향

NICE신평 15개월만에 롯데쇼핑 등급 하향
'마트→온라인' 시장 변화에 늦은 대응 '발목'
1인자 없다 반론도…“온라인서 승부 걸어야”
  • 등록 2019-05-15 오전 12:43:58

    수정 2019-05-15 오전 12:43:58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유통업계 골리앗’으로 군림하던 롯데쇼핑(023530)의 신용등급 강등이 드디어 이뤄졌다. 2년 가까이 평가를 미루던 신평사들중 NICE신용평가가 5월 3일 롯데쇼핑의 장기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했기 때문이다. NICE신평은 지난해 2월 신평 3사중 가장 늦게 ‘부정적’ 꼬리표를 단 지 1년 3개월 만에 등급 조정 방아쇠를 당겼다.

대형마트에 가는 발걸음이 줄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시대가 열린 상황에서 반 박자 늦은 시장 대응으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깊어지는 부진의 늪…상처만 남긴 중국 진출

29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워스트레이팅(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에서 롯데쇼핑은 180명 응답자 가운데 40명(22.2%)에게 표를 받으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표를 던진 40명 전원이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크레딧 애널리스트로만 범위를 좁히면 19표(37.3%)를 받으면서 전체 2위로 순위가 더 올랐다.

2015년 4월(21회 SRE)에 처음 워스트레이팅 후보군에 오른 롯데쇼핑은 지난회(28회) 전체 응답자 179명 가운데 38표(21.2%)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2017년에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보복 우려 여파에 워스트레이팅 2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사드 사태로 실적 악화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면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3% 급감한 902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230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6% 줄어든 4조3984억원, 당기순손실은 4492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 전환했다. 연간으로 범위를 넓혀도 영업이익 5970억원으로 전년대비 25.5%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465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5조8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3조9670억원) 대비 28.2%(1조1226억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자본총계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9.7%에서 41%로 불어났다. 부채비율도 109.33%에서 113.3%로 4%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사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중국 내 할인마트 철수에 이어 올해 백화점 사업 철수도 앞두고 있다. 중국 유통사업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입은 손실 규모만 약 2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이 2008년 야심 차게 깃발을 올렸던 중국 진출이 11년 만에 초라하게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켜보자’ 신평사들도 등급 하향

할인점과 슈퍼사업 부진도 뼈 아팠다. 할인점 사업은 영업손실 2874억원으로 전년(-2286억원)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같은 기간 슈퍼사업도 6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46억원) 대비 손실규모가 10배 이상 확대됐다. 롯데백화점도 수익성 낮은 점포들을 대거 정리하며 실적 개선에 나섰지만 실적이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롯데쇼핑은 지난해 백화점 실적이 소폭 개선됐지만 대형마트와 SSM 손실이 커 수익성은 낮아졌다”며 “단기간 추세적인 수익 개선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자 크레딧 업계는 롯데쇼핑에 대한 신평사들의 결단을 요구해 왔다. ‘일단 실적을 보자’며 평가를 미루던 신평사들도 롯데쇼핑이 경쟁사 대비 실적 저하 속도가 빠른 모습을 보이자 신용등급 하향을 결정했다.

나이스 신용평가는 이달 3일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과 롯데지주가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황용주 나이스 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쇼핑 유통사업 부문의 영업실적 부진과 오프라인 소매유통업의 비우호적 환경요인 등 영업수익성 개선 제약 여건, 이익창출력 대비 차입금 부담 지표 저하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중국사업 철수와 국내사업 효율화로 실적의 소폭 개선은 가능하다”면서도 “오프라인 성장 정체, 대형마트의 늦은 사업전략 전개, 저(低)마진 온라인 사업부문 흡수합병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이 중국 때문이라고 얘기해 왔는데 마트 등 국내 부문도 성장세가 아니라는 게 드러나면서 크레딧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부정적 견해가 있어왔다”고 말했다.

절대 포식자 없어…“온라인 시장 승부 걸어야”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내 매출 부진 점포 정리와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한 사업 효율화가 이뤄지고 있고, 국내에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같은 압도적인 온라인 1위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달 1일 통합 로그인 서비스인 ‘롯데 ON’ 론칭 이후 한 달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30% 증가(약 7000억원)했다. 하루 평균 트래픽은 전년 대비 60% 신장한 400만명을 기록했다. 롯데 쇼핑 관련사가 운영하는 7개의 온라인몰을 로그인 한 번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초반 관심 끌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 SRE 자문위원은 “미국은 아마존이 모든 유통을 다 장악했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포식자가 없다”며 “중소 사업자들이 생필품·신선식품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이 이대로 유지될지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롯데쇼핑) 마트 부문은 여전히 실적이 안 좋은 게 사실이지만 계속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롯데마트의 온라인 시장 확대와 해외 할인점 불확실성 해소가 올 한해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평사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도 온라인화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매장 특화와 배송경쟁력 강화 등을 바탕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주력사업인 할인점, 백화점 실적이 나빠지면서 하향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롯데그룹의 외부환경 변화 대응력, 중장기비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9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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