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父子함께 모바일 게임, 연인은 e스포츠 관람..문화산업이 된 게임

미국, 모바일 게임 확산되며 플랫폼 다변화 '진행 중'
"게임은 가족이 함께 하는 엔터테인먼트 인식 강해"
캐나다, 정부 차원에서 게임산업 세제혜택 등 제공
  • 등록 2019-09-30 오전 5:00:00

    수정 2019-09-30 오전 10:31:46

8월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OGN 슈퍼아레나 행사장 밖에서 경기 시작 전 관람객들이 줄을 선 모습. 컴투스는 이날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하는 등의 행사를 펼쳤다. 컴투스 제공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붉은 조명으로 물든 로스앤젤레스(LA)의 OGN 슈퍼 아레나 스튜디오. 450여석의 관객석은 한국 RPG(역할수행게임) ‘서머너즈 워’ 티셔츠와 가방, 브로치 등 각종 굿즈로 팬심을 한껏 드러낸 게임 팬들로 가득찼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하는 게임’ 하나만으로 주말 한낮 한 장소에 몰려들었다.

지난 8월31일 직접 찾은 ‘SWC(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 2019’ 아메리카컵 현장의 열기는 여느 프로 스포츠 경기장 못지않았다. 입장 전 줄을 선 것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큰 목소리로 응원하거나 막대풍선을 두드리고, 휘파람을 부는 장면은 드문 모습이 아니었다. 경기가 시작되면 숨을 죽였고, 안타깝게 패한 선수가 나올 때면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게임은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한국에서 시작된 e스포츠는 이제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하는 북미지역에서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콘솔 게임도 여전한 인기지만,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모바일 게임이 대세를 이루면서 e스포츠까지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SWC 2019 아메리카컵 결승전 티켓은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450장이 모두 매진됐다.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제나 힐리스(33)씨는 “남자친구 생일을 맞아 깜짝선물로 대회 티켓을 준비해 함께 왔다”며 즐거워했다. 아내와 어린 아들까지 서머너즈 워 티셔츠를 갖춰입고 경기장을 찾은 제레미 알멘다릭(28)씨는 “하루에 16시간씩 할 정도로 이 게임을 좋아한다”며 “우리 아이도 내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게임 하나로 가족이 더 돈독해진다”고 말했다.

e마케터 발표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에서만 3030만명이 최소 한 달에 한 번 꼴로 e스포츠 경기 관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18% 가량 증가한 수치다. e스포츠 광고 매출도 올해 25% 증가한 1억7800만달러로 추산되며 내년에는 2억14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임산업 분석업체 뉴주는 글로벌 e스포츠 매출이 올해 11억달러로 전년대비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규창 게임빌컴투스USA 법인장은 “미국에서도 e스포츠가 대중화되고 있다. 예전에 가족이 함께 모여 보드게임을 즐기던 것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도 ‘함께 하는’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는 것이 흐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8월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OGN 아레나에서 열린 SWC2019 아메리카컵 행사 현장. 컴투스 제공
미국·캐나다, 콘텐츠 산업으로 게임 육성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예전부터 게임을 ‘통제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문화나 여가활동’이라고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최근 게임 과몰입을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로 규정하려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미 게임산업협회(ESA)는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정희 펄어비스 북미지사 대표는 “북미권은 게임을 하나의 취미로 인정하고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게임에 깊게 빠져드는 경우에도 폐인 취급을 받기보다는 어떤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모바일 게임 확산과 초고속 5G 네트워크 구축은 미국과 캐나다의 게임산업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콘솔 시장에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같은 네트워크 게임이 늘어나는 한편 모바일과 PC 게임 이용자들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LA가 전통적으로 영화와 음악 등 콘텐츠 산업의 요충지로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게임사들에게 매력적인 지역이라면, 캐나다 밴쿠버는 지리적 이점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업 관련 비용으로 게임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밴쿠버는 실리콘밸리나 LA와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에 인접해 있고, 자연환경 등 거주여건이 좋아 IT기업이나 개발자들에게 선호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AI(인공지능) 강국으로서 전세계에서 몰려든 IT인재들이 많은 편이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캐나다 정부는 다양한 장점을 홍보하며 게임 개발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캐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G7(주요 7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사업 비용과 세율을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게임사의 경우 인건비가 미국보다 12.9% 저렴하고, 캐나다 주요 도시의 교외 사무실 임대 비용은 G7 평균보다 17% 낮다. 전기세가 G7 평균보다 21% 낮은 수준이며 소득세율은 G7 가운데 최저치다. 게임사에 대한 공제 혜택이 많다보니 법인세보다 공제액 규모가 더 클 수도 있다. 그 덕에 캐나다 비디오 게임산업 규모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전세계 3위다.

진정희 펄어비스 북미지사 대표. 펄어비스 제공
미국, 게임 플랫폼 다변화..한국 게임사들 잇단 도전

한국과 중국의 게임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 게임사들은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한 서구권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 게임의 불모지로 불리웠지만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플랫폼과 전략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펄어비스(263750)와 펍지, 컴투스(078340) 등은 최근 몇년새 현지에서 빛을 보고 있는 기업들이다. 펄어비스의 MMORPG ‘검은사막’은 지난 2016년 3월 북미와 유럽에서 패키지 판매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 3월 북미와 유럽에서 엑스박스 버전을 정식 출시, 현재 100만장 이상의 이용자가 플레이하고 있다. 지난 8월 말에는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도 출시했다. 펄어비스가 북미와 유럽에서 검은사막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725억4600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 563억38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북미 지역 매출은 이 가운데 절반 정도로 추산된다.

진정희 펄어비스 북미지사 대표는 “오픈월드 MMORPG 게임이 제공하는 즐거움이나 캐릭터 및 컴뱃 등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재미와 개성, 고품질 그래픽 등이 서구권 이용자들의 취향과 눈높이를 잘 사로잡은 것 같다”며 “앞으로 라이브 서비스에 강한 한국 게임사들이 앞으로 더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크래프톤 자회사 펍지의 글로벌 히트작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북미와 남미지역을 합한 매출이 아시아 다음으로 많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1조493억여원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서 5562억원을, 그 다음으로 많은 1623억3000만여원을 북남미 지역에서 벌어들였다. 이밖에 컴투스는 지난 2분기 1000억원 이상의 해외매출을 기록했고, 그 중 북미지역 매출은 31.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펄어비스가 8월 말 검은사막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 행사를 열었을 당시 모습. 현지의 많은 이용자들이 몰려 큰 관심을 보였다. 펄어비스 제공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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