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노조의 결단…"연공 아닌 성과로 임금 받겠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환기속…"이대론 죽는다" 위기감 높아져
올해만 하더라도 갈등 깊었던 노사…月1회 협상 등 거리감 좁혀
  • 등록 2019-12-27 오전 12:00:00

    수정 2019-12-27 오전 12:00:00

△2018년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발표하고 있는 도요타 아키오 토요타 사장.[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위기라고 할 정도로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이다. 전 직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경영진의 발언이 아니다. 약 6만 9000명 조합원으로 구성된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니시노 카츠요시 토요타자동차노조위원장이 지난 9월 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매년 3~5월 사이 이뤄져 춘투(春鬪)라고 불리는 내년도 임단협에 앞서 26일 토요타 노조는 기본급을 개인의 평가에 따라 5단계로 나눠 지급하는 제도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임금이 오르고 승진을 한다’는 일본 제조업의 전통적인 임금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노조가 먼저 깃발을 내건 것이다.

커넥티드카(Connectivity)·자율주행(Autonomous)·공유(Sharing)·전기차(Electrification) 이른바 ‘CASE’로 일컫는 자동차 산업 전환기에서 이대로 가다간 토요타라고 하더라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위기감이 노조를 움직였다.

2019년 임금협상 미결…노사간 위기감 높아져

물론 처음부터 토요타 노조가 이에 대해서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해 토요타 노사는 전대미문의 일을 겪었다. 3월 13일까지였던 임금 협상 마감 예정일까지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결국 겨울성과급(일시금)은 가을까지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측과 “임금 인상률이 제로(0)인 사람이 나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노조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처럼 노사간 거리감이 느껴진 적은 없었다” 협상장을 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이렇게 토로할 정도로 토요타 내부의 위기감은 심각했다고 한다.

이후 노사는 가을 일시금 협상과 함께 서로의 인식 차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도요타 사장과 중졸·생산직 출신인 가와이 미쓰루 부사장이 사전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확인하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사장과의 대화’에 참여한 사원의 참여율은 60%에 불과했으나 9월에는 90%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노조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른바 ‘그만두고, 변하고, 시작하자’(やめ, かえ, はじめる) 운동이다. 토요타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젠’(改善·개선) 정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자동차 프레임에 녹이 스는 것을 막는 페인트의 낭비를 막기 위해 염료가 들은 캔을 연 후 흔들면서 공기를 주입해 염료를 깨끗하게 쓰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전에는 캔 하나당 0.5리터 정도 염료가 버려졌으나 이를 통해 버려지는 염료를 0.02리터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한캔당 절감되는 비용은 매우 미미하지만 월간으로 따지면 11만 3818엔까지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쌓여 5월 시점 1만 3000개였던 제안은 7월 시점에는 6만 1000여개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勞, 원가절감 노력에 ‘만액회답’한 社

토요타는 올 상반기(2019년 4~9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7%, 포드가 57% 순이익이 감소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반기 실적 사상 최고치 경신을 3년 연속 이어나갔다.

판매량 증가도 있었지만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는’ 직원들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다. 토요타는 원자재 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을 제외한 원가 절감 효과는 2019년 3월 2500억엔 정도라고 밝혔다.

10월 사측은 겨울 성과급을 전년 겨울 성과급의 16% 증가한 128만엔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노조의 요구에 한 푼도 깎지 않고 지급한다는 ‘만액회답’(滿額回答)였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에서 노사가 얻은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의 공유이다. 역대 최대 분기 순이익을 발표한 날, 토요타는 내년도 영업이익과 매출까지 낮춰 잡았다. 연공서열 폐지에 부정적이던 노조도 차츰 움직였다. 월 1회 인사개편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면서 “근속연수나 연령이 아닌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이가 보답을 받을 수 있다”(토요타 노조집행부)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밖에도 노사는 기본급뿐만 아니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나 경력직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임단협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는 일본 최대 노조원을 보유한 대표 제조업 기업이다. 닛케이는 토요타의 임금 제도 개편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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