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이다]②"일·육아 병행하며 아이 둘 대학 보냈죠"

18년째 ‘야쿠르트 아줌마’ 황은아 씨 인터뷰
경단녀 아픔 딛고 야쿠르트 아줌마 변신
독거 어르신 안전 확인하며 ‘뿌듯함’도 느껴
탑승형 전동차로 전환, “너무 편해서 살쪄”
  • 등록 2018-06-25 오전 5:30:00

    수정 2018-06-25 오전 5:30:00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 황은하 씨가 고객에게 유제품을 건네주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육아 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니 애들 학원 보내기가 무서웠다. 주변에는 다들 1, 2곳의 학원은 다녔던 터라 소신껏 시키겠다는 마음이 금세 무너지더라.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가 ‘하루 6시간 정도만 해 볼래’라고 권유해서 시작한 게 벌써 18년이 흘렀다.”

서울 양천구 목5동 일대에 야쿠르트 배달을 책임지는 황은하(48·여) 씨. 그는 야쿠르트 여사님이다. 육아 문제로 다니던 패션의류 업체(개발부서)를 그만뒀다. 그 후 주변 야쿠르트 아줌마의 소개로 2001년부터 한국야쿠르트에서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기 시작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육아 문제로 그만둬야 했던 이른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황 씨. 그는 일할 시간대를 골라 비교적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야쿠르트 배달 일에 매력을 느꼈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학교에 갈 일이 있으면 바로 갔다 올 수 있으니까 시간상으로 (본인과) 아주 잘 맞았다. 일하면서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야쿠르트 아줌마가 된 후부터는 전혀 없었다.”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 황은하 씨가 유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세월이 흘러 황씨의 자녀 2명은 어느덧 대학생, 그리고 대학원생이 됐다. 자녀 육아를 무사히 모두 마쳤지만 그는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직함을 내놓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배달일은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소심한 성격이었던 그는 해맑은 웃음과 함께 진심으로 고객을 대할 줄 아는 프로가 됐다. 그 과정에서 쌓인 고객과의 ‘정’이 바로 야쿠르트 배달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가 됐다.

“패션회사에 다닐 때나 나와서나 잘 안 웃는 편이었다. 소심하다고 해야 하나. 이제는 이 일을 18년간 하다 보니 고객들과 다 친해졌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 식구처럼 이야기한다. 마을 사람들이 다 내 친구가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은 다 대학생이고 하니까 집에 늦게 들어오고 오히려 집에 들어가면 더 심심하다. (웃음)”

황 씨는 야쿠르트 배달일을 하면서 ‘뿌듯함’도 느낀다고 했다. 바로 독거 어르신의 말벗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한국야쿠르트가 각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하는 사업이다. 독거 어르신 거주지에 야쿠르트 아줌마가 정기적으로 음료를 가져다주며 안전을 확인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황 씨는 “제 관할지인 이 아파트 단지에는 독거 어르신이 한 명밖에 없다. 그래도 어르신 가정에 야쿠르트를 전달하며 어떻게 계신지 보고 잠시나마 말벗도 할 수 있어 단순 배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보탬이 된다거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 황은하 씨가 전동차를 타고 배달 일을 하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인터뷰를 마친 황 씨는 야쿠르트 배달 전용 전동차에 올라탔다. 기자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제는 손수레를 끌고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카트를 타고 다니니 너무 편해서 살찐다”며 “생각보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야쿠르트 아줌마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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