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스마트한 군대' 어떻게 가능한가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등록 2019-11-15 오전 5:00:00

    수정 2019-11-15 오전 5:00:00

요즘 우리 군 수장들의 발언을 보면 ‘제4차 산업혁명’이니 ‘스마트(smart)’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다. 최근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한 행사에서 “국방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향후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며 “해군은 그
일환으로 ‘스마트 해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에서는 이미 전임 참모총장 시절부터 ‘스마트 육군’이 화두였다.

이런 발언을 접하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스마트한 군대의 본질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심 총장의 논리는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신기술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우리 군을 신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필자가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 어떤 군사학자도 무기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안보전략의 저명한 학자인 콜린 S 그레이가 ‘무기가 전쟁을 만들지 않는다(Weapons Don‘t Make War)’는 책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도 이 점이었다. 정책이 전략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무기(군사기술)는 의미를 갖는다. 결코 무기 때문에 전략이나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무기 자체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략적 무기’나 ‘게임 체인저’ 같은 개념도 엄밀히 말해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전략적 폭격’이 전혀 전략적이지 않았듯이, 판세를 바꿀만한 무기는 적어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원자폭탄 때문에 항복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일본의 항복을 설명하는데 원자폭탄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 최근 연구결과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이 전격전을 통해 유럽을 점령했던 것은 전차 때문이 아니다. 탁월한 작전능력을 보유한 독일장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그만한 수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차를 보병의 보조전력으로 분산 배치했다. 그러나 구데리안을 비롯한 독일의 장교들은 기갑전력을 집중시켜 기습돌파용으로 운용했기 때문에 그러한 빛나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토록 힘든 전쟁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들이 탈레반보다 스마트한 무기체계를 갖추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군 지휘부가 충분히 유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스마트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략-작전-전술 각 차원에서의 운용능력이다. 그리고 운용능력의 주체가 장교단이다. 결국 각 차원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장교단이 얼마나 유능한가에 따라 승패가 좌우한다는 것을 인류 전쟁사가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우리 군이 스마트한 장교단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관심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모든 능력과 마찬가지로 장교단의 유능함 또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급이 올라간다고 유능해졌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계급의 힘이 주는 권능 때문에 유능하게 느껴질 뿐이다.

정말 스마트한 군대를 바란다면, 유능한 장교단을 양성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우선 장교 교육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 많은 양질의 교육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자격이 되는 장교들은 대거 해외 군사교육기관에 파견해야 한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장교들이 당연히 우대받아야 한다. 특히 장성 진급자들에 대해서는 6개월이나 1년씩 전략적 사유를 강화할 수 있는 철저한 교육이 절실하다. 칠천량 앞바다에서 조선 수군이 궤멸당한 것은 함대가 나빠서가 아니라 지휘관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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