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일자리' 늘어난다…임금 인상發 물가 충격 오나 [최정희의 이게머니]

'구인' 활동 했으나 못 구했다…10년래 최대
'빈 일자리' 5개 분기 연속 증가…약 4년래 최대
신규 구직은 증가하는데 신규 실업은 감소세
정액급여 상승률, 2020년 2분기 저점 찍고 우상향
  • 등록 2022-06-29 오전 5:39:01

    수정 2022-06-29 오전 5:59:50

이달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수원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실업자가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것보다 기업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 빈 일자리는 늘어나는 데 실업률은 낮아져 일할 사람이 귀해지고 있다. 미국보다는 덜 하지만 노동 공급보다 노동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 고용시장이 타이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물가상승이 임금 상승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의 구조 또한 임금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상승이 또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고금리·고물가에 이어 고임금까지 나타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은 고용을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기 석 달간 월 평균 빈일자리 (출처: 고용노동부)
◇ 신규 구직 감소하는데 신규 구인 증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새로 채용될 수 있는 ‘빈 일자리’는 올 1분기 21만5572명(석달 월 평균 기준)으로 2018년 2분기(21만7482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빈 일자리율(빈 일자리 수를 전체 근로자와 빈 일자리 수의 합계로 나눈 백분율)도 1.2%로 2018년 2분기(1.3%)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빈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이 일할 사람을 뽑고 싶은데 이를 채우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업이 구인 활동을 열심히 했음에도 인력을 구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작년 3분기 11만4189명으로 2011년 3분기(12만4651명)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로 기업과 구직자간 임금 눈높이가 다르거나 기업이 원하는 경력을 가진 구직자를 찾기 어려워 채용이 이뤄지지 못했다.

*구인배수 : 신규구인인원/신규구직건수 출처: 워크넷, 고용안정정보망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 공급보다 노동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하면서 기업이 일할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고용 호조’ 상황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 ‘신규 구인(17.1% 증가)’보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신규 구직’(57.6%)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런 상황들이 반전됐다. ‘신규 구인’은 작년과 올 5월 누적으로 각각 50.1%, 6.0% 증가세를 보였지만 ‘신규 구직’은 외려 7.5%, 12.0% 감소했다. 신규 구인을 신규 구직으로 나눈 ‘구인배수’는 2020년 4월 0.29배를 저점으로 우상향해 올 5월 0.72배로 높아졌다. 절대 숫자로만 보면 신규 구직 인원이 신규 구인 인원보다 많지만 추세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보다 일할 사람을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실업률까지 3.0%(5월)로 떨어지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빈 일자리율이 높고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신규로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제활동참가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미국과 달리 노동 공급의 부족은 없는 상황이지만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보다 낮아지면서 노동 공급보다 노동 수요가 더 증가해 고용시장이 타이트닝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이트한 고용시장’…임금 인상 촉진

*전년동월비 상승률 (출처: 고용노동부)
고용시장에서 인력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있다는 것은 임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신규 구인이 신규 구직의 두 배에 달하면서 임금이 오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덜하지만 과거에 비해 고용시장이 타이트해지면서 임금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상용직 인력의 정액 급여 인상률은 2020년 2분기 1.6%를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 올 1분기엔 4.0% 올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4.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상승에 의해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졌든, 고용시장이 타이트해지면서 임금이 높아졌든 임금 상승세는 내년까지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5월 12일~6월 2일까지 전국 570개 업체(350개 업체 응답)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임금이 작년 대비 2~5% 가량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인상률이 2% 미만으로 낮은 업체들의 73%는 내년에 임금을 올릴 계획이다. 임금 상승세는 가뜩이나 높은 물가 상승세를 또 다시 자극해 ‘임금-물가’간 상호작용으로 물가 상승세를 장기화시킬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다만 고금리·고원가에 고임금까지 나타날 경우 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급증, 오히려 일자리 축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는 꺾이지만 고용은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올해까지는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일 것이다. 방역조치 완화에 내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고용이 살아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내년에는 비용 증가에 고용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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