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창훈(51). 그는 생계형 어부 작가다. 이 한 마디엔 단순치 않은 의미가 들어 있다. 글로도 바다로도 늘 허기지다는 뜻이다. 글쟁이지만 삶의 터는 바다에 둘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글로써 감히 담지 못하는 바다의 깊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글을 포기하지 못해 여전히 바다에서 삶을 건져내겠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아직도 찾고 있다. ‘너에게 바다는 뭐냐’에 대한 대답을. 그런 그와 긴밀하게 연결된 것이 있으니 ‘자산어보’(1814)다. 조선 후기 정약전(1758∼1816)이 유배된 흑산에서 6년여간 물고기와 수중생태를 파고들어 완성한 책. 지금껏 어류학 전문가들, 물고기 좀 안다는 이들을 모조리 부끄럽게 만든 저술이다. 작가가 특별한 건 200년 묵은 그 면목없음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감정이입은 물론 먹고사는 일까지 입혀 밥상으로 끌어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전작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2010)다. 원래 제목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의 부제이던 ‘내 밥상…’이 개정판을 내며 메인 타이틀까지 꿰차게 됐다.
작가는 바다에서 소주를 마시며 삶의 순간순간을 버텨내온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말없이 살고, 사람은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바다로 가서 소주를 마신다고. 자신이 그랬고 동료와 친구가 그랬다.
작가의 글에서 늘 풍겨 나오는 비릿한 바다냄새는 유혹 같은 덤이다. 그러니 “어찌 함께 안 마시고 배길 수 있단 말인가. 아름다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