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전기요금 누진제의 법적 문제점

  • 등록 2016-08-24 오전 3:00:00

    수정 2016-08-24 오전 3:00:00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누진제의 의미는 널리 알려져 있다.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할 때 할인율이 높아져 가격이 낮아지는 경우와는 정반대다. 소득이나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그에 대한 세금이나 비용을 더욱 높은 비율로 부담하도록 하는 누진제는 비정상적으로 과중한 부담 때문에 정의롭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진제가 예외적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번째, 사회국가적 요청에 따라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누진제는 정당성을 얻는다. 더 많은 소득을 얻는 사람들에 대해 누진세제에 따라 더욱 높은 비율의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번째, 제한적인 공공재를 사용할 경우 모두가 풍족하게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누진제를 통해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부담을 지우도록 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세번쨰, 불법적인 행위의 규모가 커지면 징벌적인 의미로 누진제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금 등의 횡령이나 유용 규모에 따라 징벌의 성격으로 제재부가금 비율을 누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누진제는 말 그대로 예외적일 뿐만 아니라 누진 방식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소득세의 누진제도 소득 구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또한 누진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 것인 지를 놓고 이해 당사자간의 날카로운 의견 대립이 있고 각국 누진세 방식도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위의 세 가지 유형 가운데 두 번째에 해당한다.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모두 부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전기 사용을 불법으로 보고 징벌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 ‘징벌적 전기요금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은 누진 구간 및 비율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징벌적 제재부가금조차 현행법상 5배를 넘지 않는데 전기요금 누진율이 11배가 넘는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전기요금의 누진제는 소득재분배를 위한 기능을 크게 하는 것도 아니고 이른바 전력 대란을 이유로 정당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정의 전력 사용량은 해마다 달라지고 있는데 10년도 넘는 옛날 기준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더욱이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 차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에게 값싼 전기를 제공하는 정책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 것인지의 문제는 접어 두더라도 전기사용량이 훨씬 많은 산업용에 대해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가정용에 대해서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최근 누진제 전기요금을 완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여름철 전력성수기만 지나면 전기요금 누진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수그러들 것이고 시간이 더 지나면 이 문제 자체가 잊혀질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다. 내년 여름에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때 과연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할 것인지 관련당국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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