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문제있다' 주진형·김성민, 朴 재판 증인석 선다

15년 합병 당시 안팎의 거센 압박·로비에도 소신 지켜
주진형, 삼성·한화서 수차례 압박..임기 겨우 마쳐
김성민 "국민연금 투자위 결정 문제있다" 지속 문제제기
  • 등록 2017-05-28 오전 8:30:28

    수정 2017-05-28 오전 8:30:2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지속적인 압박을 받으면서도 삼성 측의 요구를 거부했던 인사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한양대 교수)가 그들이다.

주 전 사장과 김 전 위원장은 오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박 전 대통령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주 전 사장은 한화증권 재직 중이던 2015년 당시 국내 기관투자자 22개사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두 건의 보고서는 모두 불공정 합병비율을 문제삼았다. 그는 보고서 발표를 전후에 거센 압력에 시달렸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결과 삼성 출신인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주 전 사장에게 전화해 “이미 지난번에 반대 의견을 한번 냈고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데 굳이 또 반대의견을 낼 필요가 있느냐,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쓸데없는 가정을 갖고 불필요한 소란을 만들지 말라”고 만류했다. 이에 주 전 사장은 “중요한 사안이고 애널리스트가 쓰겠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필요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두 사람은 과거 삼성증권과 우리금융지주에서 함께 근무했다.

△주진형 “한화 경영진에게 ‘보고서 때문에 장충기 화났다’는 얘기 들어”

주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서 여타 외부 압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첫 보고서가 나가기 며칠 전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부회장)이 ‘한화와 삼성은 사이도 좋고 앞으로 딜도 많이 한다. 부정적 보고서를 쓰지 마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1차 보고서가 나간 직후에 금 부회장이 ‘한 번은 그렇다고 치자. 당 신때문에 장충기 (삼성 미전실) 사장에게 불평 전화를 받았다.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말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 내 지인 4명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거나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안 하겠다고 하니까 ‘정 그럴 거냐’는 식의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주 전 사장은 “2차 보고서가 나간 직후 김연배 당시 한화생명 부회장이 전화해 ‘두 번째 보고서가 나간 것 때문에 경영기획실에서 굉장히 격앙돼 있다. 이렇게 되면 당신이 물러나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 이후인 같은 해 9월엔 금춘수 부회장으로부터 2선 후퇴를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같은 달 한화증권은 임시주총을 열고 차기 사장을 선임했다. 주 전 사장의 임기가 6개월 남은 상황에선 이례적인 차기 사장 선임이었다.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한양대 교수).
같은 날 오후 출석 예정인 김성민 전 위원장은 당시 삼성물산 합병 건의 전문위원회 부의를 강력히 요구한 인물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건을 전문위에 부의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내부 인사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특검 조사 결과 삼성은 합병을 앞두고 여러 경로를 통해 김 전 위원장 등 전문위원들의 의중을 파악했다. 삼성은 김 전 위원장의 대학 동문인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통해 김 교수가 합병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 안종범 수첩 근거로 “靑, 김성민 교체 시도 정황”

이수형 전 삼성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은 2015년 7월 4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성민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김성민은 삼성 논리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고 동향을 파악 보고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후 홍 전 본부장 주도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전문위에 부의하지 않고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자체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위원장 등 당시 전문위원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며 홍 전 본부장에게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된 이후인 같은 해 10월 전문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의결권 행사 지침 개정을 요구하는 등 반발을 이어나갔다. 특검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업무일지를 근거로 청와대가 김 전 위원장 교체를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 전 본부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균 중앙대 교수(전 전문위원)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워낙 중요한 삼성 입장에선 투자위가 전문위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보였을 것”이라며 “전문위에 부의됐다면 합병 반대로 결정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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