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기대감에 매물찾기 '전쟁'..파주 땅값 30% '껑충'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에 휴전선 접경지 토지 투자자 늘어
위성사진만 보고 매매계약하는 사례도
지난달 문산 토지 거래량 54% 급증
  • 등록 2018-04-23 오전 6:00:00

    수정 2018-04-23 오전 8:16:55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파주=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다녀가고 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접경지역 땅값이 폭발했습니다. 나와있던 매물 중에 절반은 다시 들어가고 안 팔리던 재고 토지는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지금은 매물 찾는 게 전쟁이예요.”(경기 파주시 문산읍 한진공인 김윤식 대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경기 북부 접경지역 부동산 시장이 남북 관계 개선 기대감에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이른바 ‘종전선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 전에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도 내비친 상태다.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만에 도착한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일대는 여느 평범한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았다. 너른 벌판에 농지들이 바둑판처럼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고 못자리를 살펴보러 나온 농부들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임진강에 맞닿아 있는 마정리 일대는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안의 토지 모습과 흡사해 민통선 출입증을 발급받지 않고 온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일종의 ‘샘플’ 현장이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감지되자 토지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은 발빠르게 파주시 접경지역 부동산 탐색에 나섰다. 땅주인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끌어올렸다. 지적도와 위성사진만 보고도 선뜻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에 사인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통일 이후 경기 북부지역의 미래가치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여유자금을 과감히 베팅한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다.

이 일대에서 15년 넘게 토지를 전문으로 중개해온 조병욱 태영공인 대표는 “민통선 내 토지의 중위가격이 3.3㎡당 10만~15만원 하던 것이 최근 한달 새 30% 뛰어 현재는 13만~18만원을 형성하고 있다”며 “민통선과 바로 접해있는 문산읍 마정리 일대 땅값은 민통선 대비 최소 2배에서 5배 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땅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더 높이면 거래 성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들어 매매계약 날짜를 잡아 놓고도 계약이 깨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지 거래량도 급증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토지 매매거래 건수는 지난 2월 26건에서 3월 40건으로 54% 늘었다. 마정리의 경우 2월에 단 1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달에는 5건의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마정리 남동쪽에 접해있는 운천리도 거래건수가 2월 0건에서 3월 4건으로 늘었다.

특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일체의 개발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한 민통선 내 토지의 경우 거래 증가세가 더욱 뚜렷하다. 군내면은 3월 토지 매매거래량(64건)이 전월(16건)보다 4배 늘었고 진동면과 장단면에서는 한달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토지 손바뀜이 이뤄졌다.

부동산 거래신고 의무 기한이 60일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3월 매매계약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4월 거래건수가 아직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윤식 한진공인 대표는 “통상적으로 매매계약 체결 후 보름 내지 한달 뒤에 잔금을 치르면서 실거래 신고가 이뤄진다”며 “4월 거래량은 아직 알기 어렵고 3월 거래량도 아직 신고되지 않은 건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남북관계 개선으로 접경지역 땅값이 급등했다가 정권 교체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로 인해 가격이 고꾸라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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