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죽었다] 내국인 손님 못 받는 숙박공유..택시업계 떼법에 발 묶인 승차공유

한국형 '에어비엔비', 한 곳 빼고 모두 좌초
마지막 승부수 '블록체인'도 ICO 규제에 막혀
정부 손 놓은 사이 '승차공유' 혁신 뒤쳐져
국내 시장 '무주공산' 된 사이 동남아·중국 기업에 '위협'
  • 등록 2018-10-08 오전 5:45:00

    수정 2018-10-08 오전 5:45:00

[이데일리 김유성 김보경 기자] “에어비엔비 모델을 추구했던 한국형 숙박 공유 플랫폼은 죄다 망했다. 살아남겠다고 접목한 게 블록체인인데, 이마저도 규제에 막혀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한국형 ‘에어비엔비’, 한 곳 빼고 모두 좌초..그나마도 규제에 생존 ‘힘겨워’

한국형 에어비엔비를 추구하며 2012년 사업을 시작했던 ‘코자자’. 코자자는 지금 국내 유일 에어비엔비 서비스가 됐다. 숙박공유 플랫폼 이용자를 해외 이용객으로 한정했던 정부의 숙박 규제 때문이다. 서비스 시작 당시 10여곳에 달했던 경쟁사는 버티지 못하고 숙박공유 서비스를 접었다.

정부의 도시민박 규제는 결과적으로 에어비엔비만 살아남는 결과로 이어졌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에어비엔비가 아닌 국내 숙박공유 플랫폼에 예약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 나섰지만 기존 숙박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실효를 못 거뒀다. 국내 숙박 업계는 암암리에 존재하는 불법 숙박 서비스가 근절돼야 숙박 공유 서비스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에어비엔비가 국내 시장까지 장악한 상태에서 조 대표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지만 이마저도 규제의 그물망에 걸린 상태다. 숙박 예약 서비스를 블록체인화하고 코인을 보상으로 호스트(집주인)와 손님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에어비엔비도 시도하지 못한 서비스지만, ICO 불법화에 걸려 국내 사업은 요원한 상태다. 조 대표는 공유숙박 규제가 풀리고 있는 일본에서 이를 시도할 계획이다.

승차공유 서비스, 정부 손 놓은 사이 고사 직면

승차공유 서비스도 고사 위기다. 숙박공유 서비스처럼 국내 기업들은 죽고 해외 기업만 살아남는 상황이 재현될 조짐이다.

카풀 1위 업체였던 풀러스는 지난 7월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카풀에서 벗어나 우버형 서비스를 꿈꿨던 풀러스는 택시업계의 반발과 서울시의 불법화, 정부(국토교통부)의 소극적인 행보로 주저 앉았다. 대표는 사임했고 투자금 225억원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리운전 기사와 렌트카 서비스를 합해 기존 법규를 피해가려던 ‘차차’도 좌초됐다. 서울시는 차차를 변종 서비스로 규정했다. 택시와 버스를 제외한 일반 승용차가 유상운송을 금지한 법규가 근거였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개선된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최근에는 국회에서 입법이 돼야 움직이겠다고 방침을 바꾼 것으로 들었다”며 “떼쓰면 들어준다는 사례를 택시업계에 학습시켜주는 셈”이라고 전했다.

민간 기업인인 장병규 블루홀 의장을 내세워 정부·업계 간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별 소득을 못내고 있다. 택시 업계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4차위의 권한과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방향성조차 갖고있지 않다보니 문제 해결이 갈수록 어려워지는것 같다”며 “결국은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늘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택시 업계는 ‘요지부동’..소비자 불편 모르쇠

택시업계는 현재 25만대에 이르는 전국 택시를 20만대로 줄이고 있는데 카풀이 도입될 경우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가 현저히 부족한 출퇴근 시간대만 운영하는 것조차 반대하며 생존권을 명분으로 내세운 택시업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IT업계의 반박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인 오전 8~9시 기준 카카오택시 승객 택시 호출은 23만건까지 치솟지만 배차 가능한 기사는 2만6000여명에 불과하다.

여론도 택시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승차거부 등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르고 심야할증시간도 자정에서 밤 11시로 1시간 당겨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카풀서비스의 실 사용층인 직장인들은 오히려 출퇴근 시간만 허용하는 현행법 규제도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가 지난달 4~10일 직장인 568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24시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6%로 1위를 차지했다.

해외 기업, ‘무주공산’ 국내 진출 ‘초읽기’

국내 기업이 고사위기에 몰린 사이 덩치를 키워온 해외 기업들은 우리 시장을 노리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승차공유 스타트업 업계는 올해초 중국 디디추싱 의 제주도 진출 소문에 긴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디추싱 관련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아무런 준비가 안돼 있던 상태에서 디디추싱의 진출 얘기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달에는 동남아 대표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이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연다. 사실상 무주공산인 한국 시장에 대한 진출 기회를 엿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승차공유 대명사가 된 우버는 스쿠터, 드론, 대중교통까지 합한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중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개막을 대비해 관련 연구도 준비중이다. 2022년에는 승객을 드론에 태워 이동시켜주는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내 대표 모빌리티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난관에 봉착했다. 카카오택시가 수익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우버나 그랩이 하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은 지금의 한국 시장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카카오모빌리티는 위기를 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번번이 벽에 박히고 있다. 출퇴근 시간 택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웃돈 요금제를 도입하고 카풀과도 연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수십년 묵은 규제와 택시 업계 반발이 발목을 잡았다. 현행 법상 택시 미터기 외 추가 요금은 불법이다.웃돈 요금제는 최근 ‘1000원 스마트호출’로 변경됐다.

이러한 차이는 점점 커지는 기업 가치의 차이로까지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는 2조원 정도지만 우버는 70조원, 디디추싱은 50조원, 그랩은 5조원을 상회한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기업도 그랩 등 해외 플랫폼에 우선 투자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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