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올인’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중장기 이슈인데, 이를 임기 내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지난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는 다르게 우리는 5년 마다 (대선을 통해)나라가 뒤집어지고 바뀌는데, 발걸음이 너무 앞으로 나가서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청와대의 고충은 이해가 가지만, 국정의 무게중심은 경제에 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2년 간 실험을 했는데, 내년 선거(총선) 끝나고 나면 정부 여당도 급격히 무게 중심이 다음 (대권)후보로 넘어간다”며 “다음 후보자에게 힘이 실리면 그땐 경제고 뭐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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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는 북미간 1차 싱가포르 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에 따른 ‘쇼’(Reality Show)였다고 평가 절하했다. 2차 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의 오산에 따라 비핵화 범위와 제재 해제 범위간 충돌로 결렬된 만남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내년 초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기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측이 상호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며 사태를 악화시키지는 않지만, 해결 전망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그러면서 북미간 협상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 대선이 있는 2020년에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핵문제를 여러개로 쪼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에 따른 미사일 도발로 사태가 악화되고, 한미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북제재 또 다른 ‘구멍’ 러시아…방러로 로드맵 마련
또 남 교수는 북미간 협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한국의 대북 특사 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의 효용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만나서 북에 줄 수 있는 카드가 너무 제한적”이라면서 “북한이 그리 순진하지 않다. 서울은 종속변수고,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 교수는 최근 북측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인원 철수에 대해 남측에만 ‘화풀이’를 하는 전형적인 북측의 협상술이라고 진단했다. 회담이 성과없이 끝난 미국과는 냉각기를 갖더라도, 남측에 대해선 되려 연락사무소를 확대하고 더 개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고립주의 정책을 취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밀월관계를 과시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현재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남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이유에 대해 “러시아가 유엔에서 주로 제재의 부당성을 이야기 해 왔고, 또 하나의 제재 구멍이 러시아”라면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한 손에 잡는다면 미국의 제재를 견딜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