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9월부터 긴축 구상…일부 신흥국 충격"[이정훈의 人터뷰]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 김진일 고려대 교수 인터뷰
"잭슨홀서 테이퍼링 더 구체화…9월부터 플랜 짤 것"
"일부 신흥국은 충격…한은 금리인상에도 영향 줄 듯"
"美국채 단기금리 뛰겠지만 장기금리는 점치기 어려워"
  • 등록 2021-07-30 오전 6:29:00

    수정 2021-08-16 오후 6:12:0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시나리오 하에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 큰 이견들이 노출되고 있고 곳곳에서 다른 시그널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준 전망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9월부터 긴축 계획을 짜기 시작할 연준의 행보가 본격화한다면 일부 신흥국에서부터 좋지 않은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 (사진= 방인권 기자)


미 연준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다음달 말에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향후 큰 틀에서의 긴축 일정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연준의 인플레 전망이 틀렸을 수도 있고, 그들의 정책이 실패할 확룔도 높다”며 향후 통화긴축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이런 연준의 행보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은이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점쳤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준은 계속 `일시적`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시장은 우려한다.

“불확실한 상황인 건 맞다. 이럴 때 정책당국은 항상 자신들의 생각이 먹혀들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정책을 펴는데, 지금 연준은 `일시적`이라는 시나리오 하에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연준 내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그런 연준의 정책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래리 서머스 전 국무장관처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걸 거의 확신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연준은 과거 2008년 때부터 해왔던 부양조치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황을 가정하고 일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와 전혀 다른 상황일 수 있다.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강하게 양적완화를 폈으니 과거 위기 때처럼 인플레이션이 안 생긴다고 단언할 수 없다. 벌써부터 실물경제 곳곳에서는 다른 시그널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인플레 상황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연준이 틀렸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인플레에 대한 연준의 인식을 전제로 한다면 테이퍼링을 본격 긴축정책의 시작으로 보긴 어렵지 않나.

“일단 이번에 신중하게 테이퍼링 논의를 했으니 앞으로 차츰 추가적인 긴축 얘기를 더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만 보면 계속 풀어나가던 유동성을 다소 줄인다는 것일 뿐이다. 물이 들어오는 양을 줄이는 것이지만, 물은 계속 올테니 아직은 본격적인 긴축으로 볼 순 없겠다.”

앞으로 연준의 긴축 일정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물론 다음 번 FOMC 회의까지 가봐야 알 수 있지만, 일단은 다음 달 말에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큰 틀에서의 긴축 일정을 이야기할 것 같다. FOMC 회의 후 열리는 기자회견만 해도 시간이 짧다 보니 발언하는데 쫓기고 실수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런 점에서 시간을 길게 가지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잭슨홀 무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게 되면 9월부터는 테이퍼링의 구체적인 플랜을 짤 것이다. 금리 인상은 아직 멀었다. 테이퍼링을 시작한다면 긴축의 시작이 되겠지만,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인 그보다 훨씬 더 뒤에 올 금리 인상 때에나 시작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서도 시중에 유동성을 뿌린 뒤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니, 이번에도 돈을 먼저 다 걷어 들인 후에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다. 금리 인상 시점은 FOMC 위원들이 점도표에서 전망한 내용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때처럼 연준 출구전략만으로도 시장은 불안해 할 수 있다.

“신흥국 중에서 어떤 나라들에서는 틀림없이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긴축을 시작하는 연준 행보가 신흥국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건 불가능하다. 돈의 속성상 유동성을 줄이기 시작하면 고루 돈이 빠지지 않고, 우선 한 두 군데에서 신속하게 빠져 나가기 마련이다. 연준도 그런 충격이 덜 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흥국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 같다. 다만 과거보다는 크게 안전해진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할 순 없다.”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한은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까.

“연준의 행보와 우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상호 간에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처음에 금리를 내릴 때엔 선진국이 먼저 움직이는 게 정상이지막, 출구전략으로서 금리를 인상할 때에는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가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 내릴 때보다 올릴 때 앞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연준은 테이퍼링 이후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리스크에 대비해 스탠딩 레포 등 보완책도 마련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술을 할 때 혹시 상황이 나빠질 지 몰라서 미리 수혈할 수 있는 팩을 가지고 들어가듯이, 스탠딩 레포도 그런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탠딩 레포가 시장에 왜곡을 가져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지속적인 테이퍼링 시그널에도 국채시장에서의 금리는 좀처럼 상승하지 않는다.

“지금 안정화돼 있는 금리는 주로 장기물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말하는데, 이는 경기 외적인 요소들, 특히 기간 프리미엄 등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최근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크게 낮아졌다고들 하는데, 이는 연준이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을 뒤집고 조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상 속도를 빨리 가져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 다만 연준조차도 지금 10년물 금리가 안 올라가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는 것 같다. 다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추정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앞으로 10년 금리가 얼마나 올라갈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단기금리는 연준이 지금까지 예고한 출구전략을 펴고 점도표에 변화를 주면 그 영향을 받아 오를 것이다.”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도 통화정책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점치나.

“정치적 문제라 예상하기 어렵다. 파월도 연임을 꺼리진 않을 것이고, 민주당 쪽에서도 연임으로 갈 수 있다. 대안이 있느냐 하고 묻는다면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 의장 교체라는 리스크를 걸었을 때 잘 되면 다행이지만, 뭔가 문제가 생기면 임명권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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