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전문가 쑹훙빙(宋鴻兵)을 경제계의 총아로 떠오르게 한 것도 그 전망이었다. ‘화폐전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2007년 출간된 동명저작 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금시장의 변화까지 가늠했다. 이후 그의 화폐전쟁은 시리즈로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금융사를 더듬고 달러, 유로, 위안이 각축을 벌이는 화폐전국시대까지 그려냈다.
이번에 그가 다다른 곳은 ‘탐욕’. 금융권력에 대한 탐욕이 거세질수록 되레 부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득한다. 근거는 2012∼2013년 글로벌경제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막상 들여다보니 2008년 당시보다 자산거품의 크기가 훨씬 비대해진 상태였다. 문제는 누구도 심각성을 감지하지 못하는 상황. 뒤따르는 슈퍼 글로벌 금융위기는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키워드 격으로 중심에 ‘부의 분배’를 뒀다. 사실상 인류의 모든 활동이 ‘부의 창조’와 ‘부의 분배’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접근이다. 탐욕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전제는 ‘창조’의 생산성 향상이지만 결국 화근은 ‘분배’의 공평성과 합리성이 어긋날 때 생긴다는 거다. 한마디로 인간의 탐욕이 부의 분배를 왜곡시켜 세계경제를 망친다는 논리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혼란은 모두 미국 탓이다. 양적완화(QE)니 초저금리니 하는 것들이 실물경제 회복은커녕 되레 세계경제 전체를 흔들어놓고 있지 않느냐는 비난을 곳곳에 세웠다.
▲‘큰 비’ 못 막으면 2008년 금융위기는 서막일 뿐
중국어판 원제는 ‘산에 비가 오려 하니 바람이 누각에 가득하다’(山雨欲來風滿樓). 당나라 시인 허혼의 ‘함양성동루’에서 따온 구절이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정적인 이 공간을 뚫고 나온 건 미국 정부를 향한 날선 경고다. 자칫하면 세계경제에 큰 비가 쏟아질 것이며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할 때 2008년 금융위기는 도입부에 불과할 것이란 주의다.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상만 지켜내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막대한 제정적자가 발생해도 무제한으로 찍어내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모자란 판단이 세계적인 폐해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탄했다.
보다 구체적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유동성 과잉, 초저금리 정책이 더 큰 위기의 온상이 됐다는 주장이다. 미국 자신에게도 세계경제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거다. 더 나아간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QE를 가능한 한 빨리 종료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금리 급등세를 막지 못한다면 2008년 위기는 미미한 서막일 뿐”이라고 못을 박았다. 양적완화 정책이 끝나면 이내 장·단기 금리폭등이란 충격파가 찾아올 것이며, 특히 단기 금리폭등은 금리 스와프란 수소탄의 기폭제가 될 거란 얘기다.
▲‘심각한 부의 집중은 파멸’…역사가 증명
굳이 부의 편중이 가져온 국가 패망사를 끄집어내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의 ‘차이나드림’과 과거의 ‘로마드림’ 혹은 ‘북송드림’에 대한 교차 비교다. 토지겸병부터 조세불균형, 재정고갈, 자산팽창을 거쳐 화폐가치하락까지. 지배집단의 탐욕이 초래한 모든 파괴적 결과는 인류 최초의 경제전성기를 누렸던 고대 로마에서 모두 다 나왔단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번영을 누렸던 북송이 무너진 것도 로마와 다르지 않았고. 역사 속에서 화폐가치하락은 결국 빈부격차의 확대와 긴밀히 연결돼왔다.
어찌 보면 선언이다. 차이나머니의 방향을 틀어쥐었다는 쑹훙빙이 세계금융계에 내미는 기선제압용이라 할 만한. 미국이 빚어온 기형적인 부의 분배 메커니즘을 장악할 묘수를 냈다는 은근한 자신감으로도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