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보수]⑤절실함도, 반성도 없다..'양치기 소년' 한국당

2004년 천막당사 위기극복..내리 승승장구
탄핵 사태 후 내리막길..현재진행형 위기
"반성 시늉조차 없어" 신뢰회복 못해
정치지형 변화도 읽지못해..'시대착오'
  • 등록 2018-01-30 오전 5:30:00

    수정 2018-01-30 오전 8:10:42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004년 3월 ‘한나라당’ 간판을 떼는 모습. 박 대표를 포함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여의도 당사를 버리고 천막당사로 옮겨갔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편집자주]한국 보수가 수렁에 빠졌다.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산업 역군’으로 칭송받았지만 이제 ‘무능’ ‘부패’ ‘꼰대’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았다. 기존 보수 유권자조차 보수정당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보수 궤멸’ 상태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바람직한 민주주의를 위해 건전한 견제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벼랑 끝에 몰린 보수 정치권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2004년 3월 25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취임 첫날 ‘한나라당’ 간판을 뗐다. 따뜻한 여의도 당사를 버리고 천막당사로 옮겼다. 당시 한나라당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역풍과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당 지지율은 8%까지 추락했다.

지도부는 부패 이미지와 절연하고자 당사 이전은 물론 당 연수원을 팔아 국고로 헌납하는 등 신뢰회복에 집중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부활했다. 그해 4월 15일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으며 기사회생하더니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거쳐 2012년 대선까지 승승장구했다.

위기에 강하던 보수..“2004년 천막당사를 기억하라”

자유한국당은 한때 위기에 강한 정당이었다. 새 얼굴을 발굴해 참신한 리더십을 선보이고 때론 진보이슈도 과감히 수용했다. 유권자들은 보수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꾸준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당이 지닌 정치자산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때 ‘보수 정치의 1번지’로 불렸지만 지금은 ‘덩치만 큰 약골’로 전락했다. 의석수 117석에 이르는 제1야당이지만 원내 존재감은 미미하다. 오히려 구태의연한 이미지에 갇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현실 인식도, 위기를 극복하려는 절박함도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수렁에 빠진 이유로 ‘반성’ 부재를 첫 손에 꼽았다. 간판은 바뀌었으나 반성한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그널조차 찾기 어려웠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무엇을 혁신했는지 모르겠다는 게 한국당의 맹점”이라고 꼬집었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으니 한국당의 메시지가 먹힐 리 없다. 반복된 거짓말로 인해 아무도 믿지 않는 양치기 소년이 돼버렸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전문위원은 “반사이익도 대항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지금은 ‘아무리 정부가 잘못해도 너희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당의 간판 격인 홍준표 대표의 책임도 크다. 지난 대선 후보로 나섰던 그는 박근혜 동정론을 이용해 표를 끌어모은 장본인이다. 그런 홍 대표가 ‘구체제와의 단절’이란 명목으로 겨우 박근혜 전 대통령만 출당시켰다. 유권자 입장에선 혁신이라 받아들이기 힘든 조치다. ‘프레시(fresh)’한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반대세력을 겨냥한 바퀴벌레·고름·충치 등과 같은 원색적인 독설도 당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웠다.

위기극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천막당사’다. 당시 한나라당은 존폐기로에 섰었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지금과 비교하긴 어려워도 지금보다 나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를 버린다’는 획기적인 시도로 자성 메시지를 던졌다. 물론 진정성이 결여된 ‘정치 쇼’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줬다는 평가다.

“양당제 전략을 다당제 적용? 전략적 함정”

한국당은 최근 정치지형 변화에도 눈이 어둡다. 거대 양당체제에서 다당제 시대로 바뀌었지만 과거 한나라당 시절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당제 시절에나 통했던 ‘여당 흔들기’ 전략을 다당제로 바뀐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양당제 시절에는 집권여당을 흔들면 반사이익이 자동적으로 오게 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실이 떨어지면 주워갈 정당이 한국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2~3개가 존재한다. 전략적인 함정에 빠졌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지적이다. 홍 소장은 “한국당이 죽을 열심히 쑤고 있는데 누가 가져갈 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보니 ‘여당 발목잡기’ ‘색깔론’만 난무하고 있다. 한국당이 초등학생이 그린 인공기 그림이 실린 모 은행의 탁상 달력을 비난한 사례도 대표적인 ‘무리수’다. 단순한 창작품에 ‘친북’딱지를 붙여 안보불안으로 연결시키는 시도는 이제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서복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10년 간 보수유권자 지형이 상당히 변했다. 인구구성도 달라졌고 이념 선호도도 상당히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냉전보수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탈냉전 보수가 주류로 떠올랐다. 또 복지제도에 대한 수용성도 10년 전보다 높아졌다. 다시 말해 ‘친북’ ‘좌파 사회주의’ 같은 이념 공격만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당 내 팽배한 ‘보신주의’도 아쉬운 대목이다. 텃밭 대구·경북(TK)지역에만 사람이 몰리고 있다. TK를 제외한 지방선거 인물난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임명된 홍 대표 역시 ‘보신주의’ 논란의 선봉장에 섰다. 그는 ‘총선 불출마’를 거듭 선언하며 논란을 차단했지만 ‘지도부가 희생을 거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 '내려오세요!'
  • 행복한 강인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