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어쩌다 이 지경까지"..김극년 전 행장의 쓴소리

IMF 외환위기 직후 대구은행 이끈 '원로'
박명흠 행장 대행, 전날 임원 임기 끝나
행장 선임 지연 끝에 결국 직무대행 교체
  • 등록 2018-12-27 오전 6:00:00

    수정 2018-12-27 오전 6:00:00

김극년 전 대구은행장(사진=대구은행)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IMF 외환위기도 버텨낸 은행이 어쩌다 이 꼴이 났는지….”

2000년 2월부터 2005년 3월까지 대구은행장을 지낸 김극년(사진) 전 행장은 26일 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100년 은행을 만들고자 한다면 오늘의 비상사태를 ‘비상’하게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행장은 인터뷰 내내 평생을 일궈온 대구은행의 집안싸움 소식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 전 행장은 재임 기간 공적자금 지원 없이 외환위기를 극복해낸 일을 돌이키며 “외자 유치 없이 잘 커 나가던 은행이 이런 일에 봉착하다니…”라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3월 이후 9개월째 행장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1967년 국내 최초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지 5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나란히 공석이 된 DGB금융 회장직에는 김태오 회장이 올랐으나 DGB금융과 대구은행이 행장 추천권을 놓고 반목하는 바람에 직무대행 체제가 하염없이 길어졌다.

급기야 박명흠 행장 대행이 이날 자신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며 우려한 2기 대행 체제가 시작된다. 이마저도 당분간 누가, 언제, 어떻게 대구은행을 이끌지 정하지 못한 DGB금융과 대구은행이 부랴부랴 각각 이사회를 열어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정이다.

김 전 행장은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행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촉발된 장기간의 행장 공석 사태를 ‘비상 상황’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해 조급히 정할 문제는 아니다”며 “아무나 뽑아 자리를 메우는 식은 결단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진짜 위기는 행장이 검찰청을 드나들고 검사들이 은행을 뒤지던 때였지만 일단락되지 않았나. 금융지주사 설립으로 행장이 없으면 회장이 그룹의 맏이인 은행을 다독이고 이끌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이른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분산이다. CEO 부재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전혀 없다는 건 과장이겠으나 지주 회장과 행장이 동시에 빈 초유의 사태는 벗어났으니 가능한 차분해지자는 것이다.

김 전 행장은 “대구은행은 지역은행이라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를 부정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며 “지역민과 지역기업의 우려를 믿음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행장 적임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나도 그랬고 대구은행은 줄곧 내부승진이 전통으로 이어졌지만, 비상 상황인 만큼 내부 출신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외국은행이나 시중은행처럼 외부 출신이건 아니건 능력 있는 인재가 있다면 품을 수 있어야 (50년을 넘어) 100년 은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행장은 주된 논란이 된 행장 자격요건에 대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후보군이 사실상 전혀 없다시피한 것은 박 전 회장이 자신의 유고사태를 대비해 경험 많고 능력 있는 후임자를 양성하지 못한 탓이라고 나무랐다. DGB금융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대구은행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금융권 등기임원 경력 5년 이상’에서 ‘금융권 등기임원 경력 3년 이상’으로 허들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행장은 “일선을 떠난 지 한참 지나 귀동냥한 정도”라고 손을 내저으면서도 거론되는 인사의 이름들을 자식처럼 친근히 불렀다.

한편 은행권 최초의 노조위원장 출신 행장이기도 한 그는 노조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냈다. DGB대구은행 노조는 외부 출신 행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주와 은행을 압박하며 꼬일 대로 꼬인 사태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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